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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일개 무엇'이라 표현하지 말아요"... 100g 책에서 건진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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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출판 기자가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판사라는 직업이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에 오랫동안 시달렸다고 합니다. 놀랍지요. 30년 넘게 법복을 입고 대한민국 사법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을 지낸 이조차 일의 무게를 그저 견뎌냈다는 사실이. 김 전 대법관은 최근 출간한 책 '인생독서'에서 이렇게 담담히 털어놓습니다. 출근길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으며 저는 뜻밖의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기사를 힘내서 쓰고 있습니다.
김 전 대법관에게 버팀목이 되어준 것 역시 독서라고 합니다. 가사노동을 하느라 서재에 들어박힐 여유가 없어 부엌, 화장실 등 여기저기서 탐닉했던 소설 읽기는 판결문을 쓰는 데 하등 쓸모가 없었는데도 말이죠. 그럼에도 그는 '쓸모없는 독서의 쓸모'를 강조합니다. "역시 또 계속 책을 읽어나가는 수밖에 없겠다"면서요.
'인생독서'는 출판사 창비가 야심 차게 내놓은 '교양 100그램'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쫙 펼친 손만 한 크기에 실제 책 무게도 100그램 정도입니다. 출퇴근길, 육퇴 후, 여행 중에도 하루 6분 닷새면 완독이 가능한 초경량입니다. 그러나 내용은 가볍지만은 않아요. 김 전 대법관은 물론 변영주 감독('창작수업'), 유시민 작가('공감필법'),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애도연습') 등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닦은 우리 시대 전문가들이 아낌없이 지혜를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자신을 일개 무엇이라고 표현하지 마세요. 우리는 모두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변 감독의 책에서 이 문장을 건졌습니다. '기자 나부랭이'라는 자조를 십수 년째 입에 달고 산 제게 변 감독이 직접 건네는 말로 다가왔거든요. 최근 사랑하는 이를 잃은 지인에게는 "벼락 같은 이별 앞에 목 놓아 울 수 있어야 나머지 생을 비틀리지 않고 살 수 있어요"(정혜신)라는 말을 주제넘게 전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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