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당권경쟁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제 합동연설회는 물리적 충돌에 난장판이 되는 추태로 얼룩졌다. 안 그래도 도를 넘는 비방·폭로전에 “자폭·자해대회”라는 비판이 쏟아진 와중에 무법천지까지 드러냈으니 지켜보는 국민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줄 알았던 전당대회 몸싸움이 집권당에서 살아난 건 근래에 보기 힘든 풍경이다. 이는 4월 총선에 참패하고도 여당이 왜 바뀌지 않았는지, 특단의 각오로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생생하게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제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원희룡 후보 지지자들은 한동훈 후보가 단상에 올라 연설을 시작한 지 2분 만에 “배신자 꺼져라”라고 야유를 퍼붓고, 이를 말리던 한 후보 지지자를 향해 의자를 집어던져 경호원이 제지하는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서로 어깨를 밀치고 삿대질하며 충돌했다. 한 후보 지지자들은 서병수 당 선관위원장이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여론조사가 보도돼 혼탁하게 한다”고 말하자 “사퇴해” “셧업(입 닫아)” 등 야유를 퍼부었다. 연설회장 밖에서도 서로 욕설이 난무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칼 들고 복수하러 간다”며 한 후보에 대한 살해협박 게시글까지 등장했다.
한 후보와 원 후보 측은 책임을 상대 캠프에 돌리며 몸싸움 사태 진상조사 및 경찰 수사의뢰를 요구했다.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사법처리가 필요하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사태가 벌어진 바로 다음 날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폭력사태가 발생한 건 우리 집권 여당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참담하다. 정치유튜버들도 합동연설회 등을 중계하며 온갖 자극적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여당 전당대회가 국정난맥에 대한 대안과 민심수습책, 미래비전을 놓고 경쟁하긴커녕 인신공격과 진흙탕 싸움만 벌이고 끝난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누가 당대표가 되든 그 후유증을 어떻게 잠재울 건가. 두 후보 지지층은 같은 당이라 보기 힘들 만큼 감정적으로 격앙돼 있다. 이대로 자멸의 길로 가겠다는 게 아니라면 유력 후보들은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추태를 멈추지 않는 한 보수 재건은 고사하고 윤석열 정권과 여권에 미래가 없음을 각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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