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경쟁(nuclear race)이 아닌 인류(human race)를"

7.17 제시 잭슨의 ‘무지개 연대’

미국 정치인 제시 잭슨의 1984년 대선 캠페인 '무지개 연대' 로고. aaihs.org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공화)의 재선 선거가 치러진 1984년. 인기 절정의 현역 대통령에 맞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흑인 목사 겸 민권운동가 출신 정치인 제시 잭슨(Jesse Jackson, 1941~)이 나섰다. 본선은커녕 당내 경선 전망도 어두웠지만 그에겐 대권 야심보다 정치인으로서, 또 1960년대 민권운동의 거친 전장을 누벼온 활동가로서 무대에서 펼쳐 보여야 할 깃발이 있었다. ‘무지개 연대(Rainbow Coalition)’의 깃발이었다.

그해 7월 17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민주당 전당대회장. 미국 양대 정당을 통틀어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 연단에 선 최초의 흑인 정치인이던 그는 “민주당도 우리도 완벽하지 못하지만 완벽한 소명의 부름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그 소명을 “굶주린 이들을 먹이고 헐벗은 이들을 입히고 집 없는 이들을 수용하고 글 모르는 이들을 가르치고 실직한 이들에겐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더는 핵 경쟁(nuclear race)이 아니라 인류(human race)를 선택해야 한다.” 그는 “절망하고 저주받고 상속받지 못하고 멸시당하는 이들도, 아니 그들이야말로 나의 유권자들”이라고도 말했다.

그리고 무지개 연대의 깃발로 자신이 추구하는 다양성과 화합의 미래를 강조했다. 여성 최초 민주당 대선 후보인 제럴딘 페라로와 함께 경선을 치를 수 있어 기쁘다는 말과 함께 그는 “우리 국기는 빨간색과 흰색, 파란색이지만 미국의 색은 무지개와 같으며 거기에는 장애인 참전 용사도 당연히 포함된다. 나는 말을 탄 레이건보다 휠체어를 탄 루스벨트를 더 좋아한다”고도 했다.

그는 경선에서 탈락했지만 그의 저 연설은 미국 정치학자들이 뽑은 20세기 명연설 중 하나로 기억된다. 2017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그는 2020년 선거 당시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