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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에서 확인된 민주주의 지속가능성

입력
2024.07.16 04:30
27면

아프리카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남아공 제2 정당 민주동맹(DA)의 존 스틴후이젠(왼쪽 세 번째) 대표가 지난달 14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의회에서 의원들의 취임식이 끝난 후 미소 짓고 있다. 그는 이날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연정 협정을 공식 체결했다며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선언했다. AP 뉴시스

남아공 제2 정당 민주동맹(DA)의 존 스틴후이젠(왼쪽 세 번째) 대표가 지난달 14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의회에서 의원들의 취임식이 끝난 후 미소 짓고 있다. 그는 이날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연정 협정을 공식 체결했다며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선언했다. AP 뉴시스

1994년 최초의 민주적 선거가 치러진 이래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줄곧 단독정부를 유지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이 6월 14일 최초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연임을 확정했다. 이번 총선에서 400석 중 159석을 확보한 ANC는 제1야당인 민주동맹(DA)과 의석수 5~6위인 군소 정당과 함께 '국민통합정부(GNU)'를 구성했다. 남아공의 국민통합정부는 1994년 무지개 국가의 민주주의 이행 과정에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보여준 평화와 포용을 통한 신생 민주주의 체제 수립의 공고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5월 29일 치러진 총선에서 ANC는 40.2% 득표율을 얻어,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의회 과반의석 점유에 실패했다. ANC는 과반 득표는 못 했지만 1위는 유지했다. DA는 21.8%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ANC 출신의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새로 창당한 움콘토위시즈웨(MK)가 14.6%를 획득했다. 백인 소유 농지 환수와 광업 및 은행 부문 국유화 등을 주장하는 경제자유투사당(EFF)은 9.5%를 획득해 4위를 차지했다. 남아공은 총선을 치른 뒤 의회에서 과반 동의로 대통령을 선출하며, 선거결과 발표 후 12일 내로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남아공 유권자들은 지난 30년간 ANC의 단독 집권을 종식시키고 연정 구성을 요구한 것이다.

ANC가 연정을 구성하려면 2위인 DA나 3위인 MK와 손을 잡아야 했다. 두 정당 모두 ANC에 대한 적대감도 컸고 ANC 지도자들도 두 정당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라마포사 대통령은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주요 정당의 지도자들을 모두 만나 연정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3위 MK 당수인 주마 전 대통령은 라마포사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급진적 개혁을 요구하는 EFF는 재무장관 자리와 DA의 연정참여 불가를 내세웠다. 이는 ANC가 수용하기 매우 어려운 것들이었기 때문에 두 당은 파트너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되었다.

라마포사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정부는 4개 정당이 참여하는 연합정부이기 때문에 내부 긴장은 당연하다. ANC의 온건주의자들과 DA의 자유주의자들은 많은 목표를 공유하겠지만, 인종차별철폐운동에 앞장섰던 ANC와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에 뿌리를 두고 있는 DA는 서로 다른 정치 문화를 기반으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했다는 것은 남아공이 다민족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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