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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저주-운명의 서사들

입력
2024.07.1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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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 케네디가의 저주


래퍼 '애퍼시(Apathy)'의 2014년 음반 '코네티컷 캐주얼'의 재킷. '케네디가의 저주'란 곡이 수록돼 있다. 위키피디아

래퍼 '애퍼시(Apathy)'의 2014년 음반 '코네티컷 캐주얼'의 재킷. '케네디가의 저주'란 곡이 수록돼 있다. 위키피디아


‘티페카누의 저주(Curse of Tippecanoe, 테쿰세의 저주)’는 20으로 나뉘는 해에 당선된 미국 대통령은 임기 중 사망한다는 징크스(jinx)를 가리키는 말이다. 1811년 티페카누 전투에서 전사한 미국 원주민 쇼니족 지도자 테쿰세(Tecumseh)가 남겼다는, “위대한 백인 아버지들(Great White Fathers)의 죽음”의 예언은 그 전투에서 승리한 뒤 1840년 대통령이 된 윌리엄 해리슨이 취임 이듬해 폐렴으로 숨진 것을 시작으로, 1860년 당선자 링컨과 80년의 가필드, 1900년 매킨리, 20년 워런 하딩, 40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60년 존 F. 케네디까지 7차례 잇달아 실현됐다. 하지만 80년의 레이건은 퇴임 후에 숨졌고 2000년의 조지 W. 부시는 지금도 건재하다. 2020년 고령의 조 바이든 당선 직후 저 말이 한때 떠돌았다.

'케네디가의 저주'도 호사가들이 자주 들먹이는 말이다. 저 말은 존 F. 케네디가 암살된 지 9년 만인 1969년 애드워드 '테드' 케네디가 ‘채퍼퀴딕(Chappaquiddick) 교통사고’ 직후 “케네디 일가에 어떤 끔찍한 저주가 걸린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한 뒤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2차대전 참전을 한사코 반대했던 아버지(Joseph Kennedy) 뜻과 달리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한 장남 조 주니어(Joseph Jr.)가 1944년 8월 시험비행 도중 사고로 숨졌고 한 달 뒤 넷째 딸 캐서린의 남편인 영국군 대위 윌리엄 하팅턴이 전사했다. 캐서린 역시 1948년 5월 비행기 사고로 숨졌다. 1999년 7월 16일 역시 비행기 사고로 숨진 존 F. 케네디 주니어를 포함 지금까지 14명의 케네디가 사람들이 사고나 자살, 약물 남용 등으로 숨졌고 3명이 질병 등으로 장애인이 됐다.
우연을 결정적 사건으로 거듭 활용하는 창작물은 하찮아 하면서도 현실에서는 그걸 운명으로 합리화하는 게 인간인 모양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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