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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반발에도 '세제 우클릭'...종부세·금투세 완화 카드 꺼낸 이재명 속내는

입력
2024.07.15 19: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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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원인 지목된 종부세 논쟁 화두로
김두관 반발, 기재위 신중론·정책위도 부정적
李 "다양한 입장 조정하는 게 정치"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당대표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제1회 전국당원대회 후보자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당대표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제1회 전국당원대회 후보자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권 연임 도전에 나선 이재명 후보가 '종합부동산세 근본적 검토'라는 민감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장 당권 경쟁자인 김두관 후보를 포함, 친문재인(친문) 세력은 '당 정체성'까지 거론하는 등 당내에선 파열음이 일고 있다. 아직까진 '검토 필요성' 수준의 원론적 입장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의 논쟁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점에서 이 대표가 펼칠 '본 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의 '세제 우클릭' 발언은 지난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마 선언 기자간담회에서 종부세에 대해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그 동안)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들어낸 측면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제도가 당초 목표한 목적과 제도가 가져온 갈등, 마찰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체 발언의 요지였다. 종부세뿐이 아니었다. "시행시기 문제는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당초 예정 시점(2023년)을 2년 미룬 금투세를 거론한 것이다.

이 후보 발언을 두고는 당내에서 논쟁이 불거졌다. 특히 당내 주류였던 친노무현(친노), 친문 세력에서 반발이 거세다. 앞선 정부에서 종부세 시행, 강화에 앞장서왔던 이들에게 '재검토'란 이 후보 발언은 '정책의 부정이자 새로운 방향성 전환'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두관 후보가 이날 KBS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지켜온 원칙이 있고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범위 내여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당 내에선 이 후보가 반발을 몰랐을 리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 의도에 주목한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정책과 관련해 이견을 보이는 건 건전한 노선 투쟁"이라고 전제한 뒤, "(이 후보가)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계속 얘기해야 할 좋은 주제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경선을 대비해 충분한 논의 과정으로 정당성을 뒷받침하겠다는 '큰그림'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 역시 15일 공명선거실천 서약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입장을 조정해 나가는 게 정치"라고 강조하는 한편, "국민들의 뜻을 존중해서 합리적인 결론을 내는 게 우리가 해야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용정치에 대한 이 후보의 대선용 '화두'라는 평가도 나온다. 종부세는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금투세 문제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대선 당시부터 ‘큰 개미’를 자처하는 등 다른 정치인보다 주식투자자 심리를 공감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물론 이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감세 정책에 부정적인 건 단순히 친노, 친문 세력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세제 개편 방안을 논의해야 할 기획재정위원회 내에서 신중론이 감지되는 것은 물론,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부정적이다.

특히 종부세의 경우 2022년 세제 개편 후, 납세자 수가 전년 대비 40% 수준(2022년 128만3,000명→49만5,000명)으로 줄어드는 등 중산층의 부담이 완화된 측면이 있다는 등 반대의 논리도 나름 탄탄하다. 금투세 역시 2년이나 시행을 미룬 만큼 이번에는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재위 소속 한 의원은 "종부세 납세자가 대폭 줄어든 것이 통계로 확인된 상황에서, 감세론이 힘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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