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밀양댐서 맞이한 ‘붉은 비단’ 일출

입력
2024.07.22 04:30
25면
구독

이른 새벽 사방이 아직 어둠 속에 있는데 하늘에 떠 있던 희미한 구름이 붉게 물들면서 붉은 비단을 펼쳐놓은 듯 황홀한 장관을 이루고 있다. 밀양=왕태석 선임기자

이른 새벽 사방이 아직 어둠 속에 있는데 하늘에 떠 있던 희미한 구름이 붉게 물들면서 붉은 비단을 펼쳐놓은 듯 황홀한 장관을 이루고 있다. 밀양=왕태석 선임기자

지루한 장마가 먹구름 폭우를 몰고 와 공기가 눅눅해졌다. 그래서인지 가끔 나타나는 햇볕이 뜨겁기는 하지만 반갑기까지 하다. 한밤중 빗소리에 잠을 설쳐 창문을 열어보니, 훅하고 들어오는 습기가 새벽잠을 깨운다. 다시 잠을 청할 수 없어 그길로 경남 밀양시의 식수원인 밀양댐 전망대를 찾았다. 탁 트인 수변과 주변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쾌한 나무 향기가 그간 막혀 있던 가슴을 뻥 뚫어준다. 습기에 불쾌했던 밤의 기억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경남 밀양댐에 일출이 시작되면서 동쪽 하늘에 은은한 빛이 감돈다.

경남 밀양댐에 일출이 시작되면서 동쪽 하늘에 은은한 빛이 감돈다.

청량한 새벽 공기가 온몸을 휘감는 순간, 어둠 속에서 점점 밝아오는 동쪽 하늘에 은은한 빛이 감돈다. 한순간 하늘에 떠 있던 희미한 구름이 붉게 물들면서 붉은 비단을 펼쳐놓은 듯 황홀한 장관을 이뤘다. 붉은빛을 머금은 구름이 어둑어둑한 산을 포근히 감싸안자, 이계(異界)에 온 듯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도 잠시, 산 너머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오르자 붉은 비단은 꿈처럼 사라졌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햇빛에 눈이 시렸다.

붉은 비단을 펼쳐놓은 듯 황홀한 새벽 풍경이 해가 뜨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붉은 비단을 펼쳐놓은 듯 황홀한 새벽 풍경이 해가 뜨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난주 내내 전국에서 장맛비가 물 폭탄으로 변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출하를 앞둔 수박과 참외는 비닐하우스에서 둥둥 떠다니고, 안 그래도 힘든 전통시장 상인들은 침수 피해를 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마철이라고 넘어가기에는 예상치 못한 재난에 가슴이 아팠다. 어서 빨리 비가 그치고 해가 떠올라 비가 할퀴고 간 상처를 ‘붉은 비단’처럼 포근히 보듬어 주길 기대해본다.

일출이 시작되면서 산허리를 감싸던 구름이 살그머니 물러나고 있다.

일출이 시작되면서 산허리를 감싸던 구름이 살그머니 물러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