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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대사' 싱하이밍의 교체, 尹 '절친' 정재호 대사의 잔류[문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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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10일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4년 6개월 만의 귀임입니다.
"싱 대사 측에서 갑자기 일정들을 취소했다."
중국 소식통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임기간을 훌쩍 넘겨 주한대사를 지낸 만큼 교체 자체가 놀라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귀임이 예정된 수순이었다면, 예정됐던 싱 대사와의 일정들을 주한중국대사관 측에서 지난달 말 갑자기 취소할 이유가 없습니다. 싱 대사의 귀임조치가 돌발상황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대목입니다. 소식통은 "일정을 다시 잡자는 말은 없었다"며 "취소 통보를 받은 직후 귀임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싱 대사의 본국 소환 이유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친강 전 외교부장의 면직 이유조차 밝히지 않는 중국 당국이 싱 대사의 귀임 사유를 밝힐 리 만무합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강경 발언으로 양국관계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던 싱 대사를 교체함으로써 중국 당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더욱 개선하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옵니다.
최근 한국과 중국은 9년 만에 외교·국방 고위 당국자 간 외교안보대화를 재개하고 장쑤성, 랴오닝성 등 주요 지방 당서기들이 방한하는 등 소통을 강화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정부 고위당국자와 싱 대사의 직접 접촉은 화성 리튬전지 제조공장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 사실상 없었습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교체 필요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외교안보 고위당국자가 이를 무시하고 싱 대사와 접촉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중국 고위 당국자의 방한을 조율하는 문제는 싱 대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채널을 통해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테니 어찌보면 싱 대사의 역할이 예전같지 않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니 귀임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것이죠.
이와 맞물려 외교가 안팎에선 흥미로운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최근까지 '갑질 논란'으로 언론에 오르내린 정재호 주중대사의 교체설입니다. 정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창입니다. 그는 서울대 교수직을 유지한 채 중국대사로 부임했습니다. 하지만 내년이 교수 정년인데다, 올 7월로 휴직한 지 2년이 되는 만큼 정 대사가 서울대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죠. 2022년 10월 개정된 '서울대 교원 인사 규정'에 따르면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 공무원에 대한 서울대 교수 휴직의 제한 연한은 없지만, 정 대사가 2년 넘게 휴직할 것이라고 본 사람들은 적었습니다. 이에 대해 전직 외교관은 "중국에서 정 대사의 후임에 대한 평판 조회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현지 상황을 귀띔했습니다.
일부 매체는 '정 대사가 내달 자진 사퇴 형식으로 서울대에 복귀할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그러나 외교부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 대사가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입니다.
국내에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싱 대사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건 그렇다쳐도, 왜 이와 맞물려 정 대사의 교체설이 도는 것일까요. 그건 두 대사의 상징성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좋은 시절이 아닌, 꽁꽁 얼어붙은 한중관계를 상징하는 인물들이죠. 대사의 역할이 외교 최전선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릅니다.
싱 대사의 경우 지난해 6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베팅' 발언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죠. 이에 윤 대통령이 중국에 직접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면서 싱 대사는 사실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이 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은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을 계기로 정 대사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접촉을 제한하고, 지방 일정을 소화하더라도 당 서기가 아닌 성장이나 부성장이 면담에 응하도록 하는 등 일부러 격을 낮췄다고 합니다. 한 소식통은 "정 대사가 '미중경쟁에서 한국은 미국의 편을 들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녔다고 한다"며 "중국 인사들 입장에서는 불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주요 외교안보 싱크탱크 인사들은 지난해 한국 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국관계 관리를 위해서라도 두 대사를 동시에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부의 설명대로, 현재까지 취재한 바로는 정 대사까지 당장 교체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윤석열 정부가 중국을 배려하지 않는 조치인 것일까요. 한 정부 인사는 "정 대사가 중국 정부에 외교적 결례를 범하거나 잘못한 사실이 없다"며 "싱 대사와는 상황이 다르다"라고 말했습니다. 싱 대사는 공개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발언을 해 사실상 '기피 대사'가 된 것이지만, 정 대사는 대외적으로 잘못된 발언을 하거나 논란을 살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사관 내 갑질논란으로 감사를 받았지만, 이 역시 '불문 종결' 처리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중국 정부도 딱히 싱 대사가 '물의를 일으켰다'고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베팅'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은 싱 대사에 대한 신임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왕이 외교부장도 싱 대사를 각별히 챙기긴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싱 대사는 공세적 대외 전략을 뜻하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대표적 늑대전사였을 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국면에서 잇단 강경 발언으로 국민 정서를 자극한 전임 추궈훙 대사는 물론, 천하이 미얀마 대사의 '소국·대국' 발언 논란만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갑자기 중국 내 '한반도통'이 아닌 '일본통'의 슝보 베트남 대사까지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예 한반도 라인을 배제해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인식이 엿보입니다. 한 정보소식통은 "싱 대사가 내부적인 사유로 귀임통보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윤석열 정부의 '불쾌감'은 중요 고려사항이 아니었다"라고 했습니다.
진실이 무엇이든, 주한중국대사 자리가 행여라도 오래 비어있게 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닙니다. 5년 만에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관계 개선에 물꼬가 튼 상황에서, 주한대사관과 외교부의 소통이 원활해야 오해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른바 '베이징 스쿨' 출신의 전직 고위 외교관은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고려했는지 여부는 결국 차기 대사가 어떤 메시지를 내는지를 보고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싱 대사보다 강경발언을 한 주한중국대사의 사례는 훨씬 많다. 중요한 건 대사 교체 여부가 아니라 양국 정부의 메시지 관리 의지"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주한중국대사, 주중한국대사의 거취와 맞물려 한중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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