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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에 얘기” 임성근 구명 녹취록··· ‘용산로비’ 의혹 규명해야

입력
2024.07.11 00:05
27면
김건희(오른쪽) 여사와 임성근 전 해병대 사령관. 뉴시스·연합뉴스

김건희(오른쪽) 여사와 임성근 전 해병대 사령관. 뉴시스·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인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대표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연루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에 관여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는 대목으로 인해,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했던 인물로, 사실이라면 ‘국정 농단’급 파급력이 아닐 수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낱낱이 의혹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인 공익제보자 A씨가 공수처에 제출한 녹음파일에서 이 전 대표는 “임성근이 사표를 낸다고 송○○(전직 경호처 직원)가 전화 왔더라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A씨가 “위에서 그럼 임성근을 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이 전 대표는 “그렇지”라고 호응했다. 지난해 7월 19일 채수근 상병이 수해지역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뒤, 3주가 지난 8월 9일의 대화 내용이다.

임 전 사단장이 “이종호란 사람을 알지도 못한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의 임 전 사단장 비호 의혹의 배경에 비선 개입이 있을 것이란 의심은 이미 제기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을) 해병대 별 4개(4성 장군) 만들 것”이라는 말도 했는데,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현재 중장 계급(3성 장군)인 해병대 사령관을 대장(4성 장군)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평소 이야기하고 다녔던 '정보'들이 현실로 실현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전언도 나온다. 지난해 8월 2일, 임 전 사단장이 “사단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입장을 바꾼 것도 이 전 대표의 발언 내용과 일치한다.

이 사건은 유야무야 덮거나 덮일 수 없는 사건이 됐다. 대통령실이 채 상병 특검을 거부하고 여야가 '힘대힘'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공수처라도 원칙을 지키고 모든 수사력을 동원해 실체를 밝혀내야 할 것이다. 정권 눈치를 보며 소극적 수사로 진실 규명을 외면한다면 더욱 큰 정국 혼란과 회복할 수 없는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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