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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은 왜 빠졌나?"… 외압의혹 '동기' 규명으로 뻗는 공수처 수사

입력
2024.07.11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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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핵심 이종호, '임성근 구명' 녹취
"허풍 아니라면 직권남용 동기일 수도"
공수처, 이종호 소환 등 직접조사 불가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채상병 특별검사법' 입법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채상병 특별검사법' 입법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정황을 의심케 하는 녹취를 확보하면서 '채모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수사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지금까지 공백으로 남아 있던 '외압 의혹의 동기', 즉 대통령실이 왜 당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결론(임 전 사단장 포함 8명 이첩)을 뒤집으려고 노력했는지를 설명하는 퍼즐 조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보자를 제외한 의혹 당사자들이 하나같이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구명로비 의혹 자체가 '허풍'으로 결론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일보가 10일 확보한 녹취엔 공익신고자 A씨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간 통화가 등장한다. 이 전 대표가 A씨에게 다른 지인 B씨로부터 임 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절대 사표 내지 마라, VIP에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고 말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직접 이용해 시세조종을 한 인물로 지목된 사람이다. 김 여사와 아는 사이라는 취지로 증언하기도 했다.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관련 통화 내용. 신동준 기자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관련 통화 내용. 신동준 기자

이 대표가 구명로비를 했다고 큰소리친 이 녹취가 주목받는 것은 수사외압 의혹의 동기 부분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7월 28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사실상 사의를 밝혔고, 7월 31일 김 사령관은 임 전 사단장을 해병대 사령부로 분리 파견했다. 그러나 같은 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사단장 정상 출근'을 지시했고, 임 전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 결재 역시 번복했다. '부당한 개입이 임성근을 구명하려 했다'는 의심이 제기된 지점이다.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구명 시도'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사단장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초급 간부 등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려 했던 박 대령의 결론을 바로잡으려 했다는 설명이었다. 이 해명은 경찰이 8일 임 전 사단장과 하급 간부 2명을 불송치하기로 결론 내면서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국방부나 대통령실 등을 상대로 실제 구명 활동을 벌인 정황이 있다면 이 같은 논리에도 금이 갈 수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부풀린 이야기가 아닌지, 실제 이야기를 했더라도 누구에게 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면서 "(이 전 대표가 말한) VIP가 김 여사 혹은 윤 대통령과 연결된다면 직권남용 동기에 대한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 입장에서도 구명이 실제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이 전 대표를 소환하거나 그의 통신기록 등을 확인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없는 사실을 말하거나 부풀렸던 가능성도 공수처에서 가릴 부분이다.

다만 지금까지 녹취에서 드러난 정황만으로 구명로비 자체에 대해 형사처벌 가능성을 따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 등으로부터 직접 구명로비를 부탁받았다거나 금전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자발적으로 공직자 등에 로비를 했을 경우 청탁금지법상 부정청탁 금지 조항 위반 소지가 있지만, 이는 과태료 부과 사안이다.

정준기 기자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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