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자겠다”는 바이든… ‘3대 고비’ 넘어야 사퇴 피한다

입력
2024.07.05 15:53
수정
2024.07.05 16:3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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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사 회동 때 체력 한계 또 거론
지지율 추락·당내 반란·기부금 감소
막아야 완주… 48시간 총력전 돌입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인 4일 워싱턴 백악관 트루먼 발코니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다가 손을 맞잡아 올리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할 경우 가장 유력한 대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인 4일 워싱턴 백악관 트루먼 발코니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다가 손을 맞잡아 올리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할 경우 가장 유력한 대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더 많이 자야겠다."

미국 대선 후보 첫 TV 토론 부진으로 ‘고령 리스크’를 드러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체력의 한계를 재차 거론했다. 바이든 지지자들은 또 한 번 실망했다. 지지율 추락, 민주당 내 반란, 기부금 감소 등 ‘3대 고비’를 넘을 수 있느냐가 완주의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강 우려 더 키운 해명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저녁 백악관 회동 자리에서 대면·화상으로 만난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에게 자신이 수면 시간을 늘려야 하고 오후 8시 이후 행사는 늦게 끝나는 만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자신이 말을 더듬거나 문장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는 등 노쇠한 모습을 보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게 소식통들 전언이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건강 상태가 어떠냐’는 의사 출신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 질문에 지난주 토론 이후 건강 검진을 받았으며 ‘아직 괜찮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것은 단지 내 두뇌 (때문)”이라는 말도 했는데, 바이든 대선 캠프의 젠 오말리 딜런 의장은 성명에서 “분명한 농담”이라고 해명했다. 치매설을 의식한 대응이었다.

‘승산 없는 싸움’ 수치 나오면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지금은 어떤 실언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내 의원·주지사 등 선출직과 전략가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 퇴진의 조건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며 ①여론조사 지지율의 폭락 ②선출된 민주당원들의 집단 사퇴 촉구 ③정치자금 모금 실적 악화 등이 맞물려 본격화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버티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WP에 “승산 없는 싸움임을 암시하는 수치가 나온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거기에 맞춰 처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4일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인 사우스론에서 독립기념일 기념 행사가 열리는 동안 함께 발코니에 서 있다. 바이든 여사는 남편의 재선 도전을 돕는 핵심 조력자 중 하나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4일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인 사우스론에서 독립기념일 기념 행사가 열리는 동안 함께 발코니에 서 있다. 바이든 여사는 남편의 재선 도전을 돕는 핵심 조력자 중 하나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정치적 불이익이나 당내 분열상 노출을 걱정해 침묵하던 시기는 끝난 분위기다. 지난 2일 로이드 도겟(텍사스), 3일 라울 그리핼버(애리조나)에 이어 이날 세스 몰튼(매사추세츠)이 하원 민주당 연방 의원으로는 세 번째로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재선 도전 포기를 공개 요구했다. 사퇴 촉구 연판장 초안이 의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는 보도도 전날 나왔다.

여기에 민주당 ‘큰손’ 기부자들의 이탈 조짐도 뚜렷해지고 있다. 대체 후보 지원에 쓰일 자금을 따로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한 데다, 바이든 대통령이 하차하지 않을 경우 다른 민주당 선거를 위한 기부까지 보류하겠다는 위협도 등장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모금액이 줄곧 앞서가던 바이든 캠프는 이미 2분기에 들며 트럼프 캠프에 추월당한 상태다.

금요일 저녁 결정적 시험대

완주 의지를 꺾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은 단기에 온 힘을 다 쥐어짜야 할 형편이다. 전날 당 소속 주지사들의 지지를 끌어낸 데 이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전쟁 휴전 관련 통화 협의로 짐짓 건재를 과시했다.

가장 까다로운 시험은 녹화 영상 전체가 공개될 미국 ABC방송 인터뷰다. ABC는 일요일인 7일 오전 방영하려던 당초 계획을 바꿔 금요일인 5일 프라임 시간대인 동부시간 오후 8시에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자기에게 두 번째 임기를 소화할 역량이 있음을 미국인에게 증명하고 11월 대선에서 트럼프를 물리칠 능력에 대한 민주당 내 우려를 눅여야 하는 결정적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방송은 “앞으로 48시간 내에 자신의 고령에 대한 걱정을 가라앉히고 지지자들을 안심시켜야 레이스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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