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협심증 치료에 '중재 시술'이 '관상동맥우회술'보다 19.8배 많이 시행

입력
2024.07.05 11:53
수정
2024.07.0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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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연간 100만여 명 발생 심혈관 질환, 수술 후 30일 내 사망률 1.8% 그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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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질환으로,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이 대표적이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조이는 듯’ ‘쥐어짜는 듯’ ‘짓눌리는 듯’한 흉통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심혈관 질환(9.9%)은 암(26.0%)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2위다(2021년 기준). 특히 급성 심근경색은 돌연사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심혈관 질환의 56.1%를 차지하는 ‘허혈성 심혈관 질환(심근경색, 협심증)’으로 2021년 진료받은 인원은 107만5,000여 명으로 2020년(100만8,000여 명)보다 9.5%P 증가했다. 10만 명당 수진자가 △2017년 1,788명 △2018년 1,866명 △2019년 1,935명 △2020년 2,083명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심근경색·협심증 등 허혈성 심혈관 질환은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시술)과 관상동맥우회술(CABG·수술)로 치료한다.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풍선 혈관 성형술과 스텐트 시술)은 허벅지(대퇴동맥)나 손목(요골동맥) 등의 혈관을 경유해 접혀진 풍선이나 스텐트를 장착한 매우 가느다란 철선을 좁아진 관상동맥까지 밀어 넣은 후 부풀려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이다. 경피적 관상동맥확장술·경피적 관상동맥스텐트삽입술·경피적 관상동맥죽상반절제술 등이 시행된다.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시술)은 환자가 비교적 거부감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데다 수술하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매우 유용하다. 특히 응급 상황일 때 수술보다 훨씬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관상동맥우회술(CABG)은 몸속 다른 혈관(내흉동맥, 대퇴정맥, 요골동맥)을 떼내 막힌 관상동맥 아래에 이식해(새로운 통로 개설) 피가 잘 흐르도록 하는 흉골을 절개해 시행하는 개흉(開胸) 수술이다. 대동맥-관동맥간우회로조성술·무인공심폐관상동맥우회로술 등이 시행된다.

관상동맥우회술은 관상동맥 질환이 광범위하거나, 좌심실 기능이 저하됐거나 좌주간지 관상동맥 협착 등이 있으면 권장된다. 또 비교적 젊은 환자는 수술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심혈관 질환이 재발해도 기존 혈관이나 이식 혈관 모두 스텐트 시술을 시행할 수 있고, 재수술로 막힌 혈관을 없애고 다른 혈관을 다시 연결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2년 11월에 발표한 ‘2020년(8차) 관상동맥우회술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2020년 10월~2021년 9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이 7만4,042건(210개 의료기관 시행), 관상동맥우회술(CABG) 수술 3,739건(88개 의료기관 시행)이 이뤄졌다.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시술)이 관상동맥우회술(수술)보다 19.8배 많이 시행됐다. 진료비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은 8,071억 원, 관상동맥우회술엔 1,293억 원이 들었다.

특히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시술)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시행된 반면 관상동맥우회술(수술)은 서울·경기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72.5%)을 중심으로 이뤄져 전체의 59.6%를 차지했다.

전체 관상동맥우회술 3,739건 가운데 서울 병원에서 1,435건(38.4%), 경기 병원에서 794건(21.2%)이 진행됐다. 이어 대구(348건·9.3%) 인천(230건·6.2%) 부산(222건·5.9%) 광주(187건·5.0%) 순이었다.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은 뒤 30일 내 사망한 환자가 전체적으로는 1.8%였다(중증도 보정). 세부적으로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은 1.8%였고, 종합병원(2차 병원)은 2.4%였다. 2·3차 병원 간 수술 성공률이 적지 않게 차이가 났다.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아무래도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과 종합병원(2차 병원) 간에 의사 술기(術技)가 차이가 나기에 수술 성공률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관상동맥우회술 후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이 줄어든 것은 관상동맥우회술 시행 시 인공 심폐기를 사용하지 않고 심장을 박동시키면서 관상동맥 질환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무(無)인공 심폐 관상동맥우회술(Off-Pump Coronary Artery Bypass Surgery·OPCAB)'이 널리 쓰이는 등 수술 기법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임상현 아주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관상동맥우회술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혈관’을 사용하기에 수술 후 장기간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내흉동맥을 이용한 관상동맥우회술의 경우 15년 후에도 환자의 90% 이상이 막히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고, 다른 부위 혈관을 사용해도 최소한 10년 이상 문제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을 살펴보면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시술)과 관상동맥우회술(수술) 시행 비율이 4대 1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20대 1로 크게 차이가 난다.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관상동맥우회술의 장점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여 아쉽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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