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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동박새는 바람을 피우지 않고 호사찌르레기는 공동 육아를 한다

입력
2024.07.05 16: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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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마크 하우버 '새의 시간: 날아오르고 깨어나는 밤'


동박새, 게티이미지뱅크

동박새, 게티이미지뱅크

참새목 딱새과의 소형 조류 나이팅게일은 클래식 음악 거장들의 '뮤즈'였다. 베토벤은 '전원' 교향곡에 플루트 연주로 나이팅게일이 지저귀는 영롱한 소리를 표현했고, 헨델은 '뻐꾸기와 나이팅게일'이란 오르간 협주곡을 만들었다.

나이팅게일이 내는 소리엔 목적이 있다. 수컷은 낮보다 밤에 시끄럽게 지저귀는데, 생존을 위협하는 다른 수컷을 쫓아내기 위해서다. 사람 귀엔 달콤하게만 들리는 소리가 절박한 경고인 셈이다.

마크 하우버 글·토니 에인절 그림· 박우진 옮김· 가망서사 발행·192쪽·1만9,000원

마크 하우버 글·토니 에인절 그림· 박우진 옮김· 가망서사 발행·192쪽·1만9,000원

책 '새의 시간: 날아오르고 깨어나는 밤과 낮'은 새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탐구서다. 미국 조류학자인 저자 마크 하우버는 24시간을 시간대별로 쪼개 특정 시간대에 주로 활동하는 새 24종의 특성을 분석한다. 새들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삶을 어떻게 꾸려가는지를 보여주려는 취지다.

책엔 흥미로운 새 이야기가 가득하다. 주로 자정에 활동하는 헛간올빼미는 어둠 속에서 청각에 의존해 먹이를 찾는다. 헛간올빼미의 머리 깃털은 귀를 향해 쏠려 있는데, 희미한 소리를 모아서 더 잘 듣기 위해서다. 호주 헤론섬에 서식하는 동박새는 일편단심의 상징. 둥지마다 모여사는 수컷, 암컷 새와 새끼 새의 '친자 확인 유전자 검사'를 해봤더니 모두 일치했다. 정절을 지킨 셈이다.



책 '새의 시간: 날아오르고 깨어나는 밤과 낮'에 실린 뱀잡이수리 그림.

책 '새의 시간: 날아오르고 깨어나는 밤과 낮'에 실린 뱀잡이수리 그림.

호사찌르레기는 여러 쌍이 하나의 둥지에 함께 알을 낳아 기른다. 힘을 모아 한 둥지를 지키는 게 새끼 보호에 더 유리하다고 여기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맞벌이 부부가 이웃 부부와 공동 육아를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책엔 펜으로 섬세하게 그린 24종의 새 그림이 실렸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조류도감으로 활용하기 좋겠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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