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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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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배신인가.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의 ‘배신의 정치’ 주장을 보며 새삼 드는 생각이다. 발단은 ‘채수근 상병 특검법’이다. 한동훈 후보가 “채 상병 특검에 반대할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자체 안까지 거론하자,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배신의 정치’와 연결 지으며 연일 공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공은 다시 그들 앞에 놓인다.
국민이 채 상병 특검을 통해 알고 싶은 건 뭔가. 한 생명이 무고하게 숨진 이유다. 실종자를 찾는데 해병대원이 왜 맨몸으로 물난리가 난 하천에 투입됐는지다. 이 사고를 인재로 규정하고 책임자로 간부 8명을 지목한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 발표가 왜 취소됐는지다. 그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려던 계획이 왜 보류됐는지다. 그 직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실 누구와, 무슨 내용으로 통화했는지다. 그 과정에서 불거진 ‘VIP(대통령) 격노설’의 진실은 무엇인지다. 진상을 조사한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왜 ‘집단 항명 수괴’(이후 ‘항명죄’로 변경)로 몰려 군사재판에 넘겨졌는지다. VIP가 격노하며 지키려고 했던 건 누구인지다.
그런데도 논의조차 불가하다는 건가. 원희룡 후보는 “(채 상병 특검법 중재안 같은) 어중간한 아이디어를 내면 탄핵에 말려든다. 이건 국민에 대한 배신”(지난달 30일)이라고 주장했다. 그 국민 63%가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 죽음의 진실을 밝히면 정말 ‘탄핵의 문’이 열리는가. 그렇다고 믿는다면, 그것도 문제다.
‘원조 배신의 정치’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중반이던 2015년 6월, 공개적으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했다. 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와 정치적 고립을 종용한 것이다. 빌미는 야당과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이었지만, 속내는 대통령을 향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입바른 소리를 한 정치인에게 품은 앙심이었다. 말하자면, 틀린 걸 틀렸다고 말한 죄다. 그것이 박 전 대통령이 생각한 ‘배신의 정치’였다. 그랬던 그는 결국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해 파면됐다.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에 무능했던 정권을 향한 분노가 쌓여 폭발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진짜 배신의 정치는 박 전 대통령 자신이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어떤가. 국민의 의구심이 집중된 사안마다 어떻게 대처했나. 영부인의 ‘디올백 수수 논란’엔 “(아내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면 문제다. 하여튼 좀 아쉽다”며 ‘논점 이탈 화법’으로 대응했다. 매정하냐, 다정하냐 차원의 일인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까지 불거져 여론이 나빠지자 총선 땐 영부인을 숨기더니, 선거가 끝나자 슬그머니 다시 대동했다.
159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를 두곤 대통령이 망상에 가까운 음모론을 믿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참사가 난 지 한 달 남짓 지난 시점, 대통령이 당시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이 회고록에서 밝혔다. 박홍근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당시 김 전 의장에게 듣고 기록해뒀다며 공개한 내용은 더 구체적이다. 얼토당토않은 가상의 적을 상정하고 뒤로 빠지면 그만인가.
그러니 갈수록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진짜 배신을 한 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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