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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얼굴이 다 타서 알아볼 수가 없어요"… 신원 확인된 가족들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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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 얼굴이 다 타서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어요. 목걸이도, 반지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네요.
27일 오전 경기 화성시의 한 장례식장.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의 피해자인 딸의 시신을 확인한 채모(73)씨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어갔다. 사고 사흘 만인 전날 밤 딸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연락을 받고 아침 일찍 경기 시흥에서 왔다는 그는 자식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하고 나와 대성통곡했다. 조카, 그리고 예비사위였던 딸의 남자친구 부축을 받은 채씨는 "이렇게 위험했으면 회사에서 알려줬어야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몸이 좋지 않은 아내에게는 차마 딸 소식을 전하지도 못했다. 중국에 거주 중인 채씨의 아내와 아들은 28일 입국한다. 그는 "시신을 보니 도무지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면서 "이런 상황인데 아내에게 뭐라 말하겠나"라고 고개를 떨궜다.
화성 참사 피해자 신원이 예상보다 일찍 파악되면서 유족들이 하나둘 장례식장을 찾아 시신을 확인하고 있다. 시신 대부분이 가족도 못 알아볼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탓에 유족들의 마음은 또 한 번 무너졌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사망자 23명의 신원 확인이 모두 완료됐다. 한국 국적 5명, 중국 국적 17명, 라오스 국적 1명이다. 피해자 중 17명이 여성이다. 화성시는 이날 오전 신원 확인이 된 유족 20여 명을 대상으로 향후 장례 및 발인 지원 절차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유족이 희망하는 장례 형태나 합동분향소 설치 여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생때같은 자식, 한 식구처럼 지낸 처제 등을 한순간에 잃은 가족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들 중 가장 나이 어린 희생자인 중국 국적 김모(23)씨의 아버지는 "하나 있는 아들을 다 키워놨더니, 한국에 들어온 지 석 달도 안 돼 이렇게 떠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아버지와 가까이 살겠다며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살가운 아들이었다. 또 다른 유족 B씨는 "(숨진) 처제가 혼자 한국에 들어 와 우리 가족과 자주 왕래했다"며 "그날 딱 하루 근무하러 나갔는데 그런 일을 당할 줄 어떻게 알았겠냐"고 애통해했다.
유족들은 회사 측의 사과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이날 오후 유족들이 있는 모두누림센터를 찾아 "이번 참사는 우리 회사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해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대표는 전날에도 빈소를 방문했지만 유족을 직접 대면해 사과한 건 사고 발생 나흘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제서야 무슨 사과를 논하느냐"며 "제대로된 대책안을 마련하라"고 소리쳤다.
화성시는 경기도와 협력해 희생자 가족별 담당자를 지정하고 일대일 밀접소통 등 유가족 면담을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장례부터 발인까지 모든 상황을 수시 점검하고 빈틈없이 지원하겠다"며 "25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시청 1층 로비 추모공간에 이어 이날 화성시 동부 출장소와 동탄 출장소에 추모공간을 추가 설치해 운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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