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화재 참사 남은 쟁점 ①중대재해법 적용될까 ②산재 보상 가능성은

입력
2024.06.27 16:00
수정
2024.06.27 16:4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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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요인 개선·안전책임자 책무 이행 관건
사업주 책임 입증하려면 면밀한 조사 필요
인력공급업체 메이셀 산재보험 미가입
근로복지공단 “피해자 보상엔 문제없어"

27일 경기 화성시청에 설치된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27일 경기 화성시청에 설치된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시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사고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의 산업 재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따지겠다"며 수사에 나섰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분위기다.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 산재 보상이 가능한지도 쟁점으로 남았다.

26일 화재로 31명의 사상자가 나온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의 모습. 화성=박시몬 기자

26일 화재로 31명의 사상자가 나온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의 모습. 화성=박시몬 기자


그동안 중대재해법 '신중하게' 적용해와

민길수 고용부 지역사고본부장은 27일 “고용부 경기고용노동청과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번 사고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며 “중대재해법상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증거자료를 면밀히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아리셀 측 2명과 인력공급 업체인 메이셀 측 1명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중대재해법은 기업에서 노동자 사망 등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이다.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화재 사고는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지만, 처벌 가능성은 예단할 수 없다. 그동안 '기업활동 위축' '인과관계 규명 어려움' 등을 이유로 경영자 처벌에 신중한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510건 가운데 실제 실형판결은 1건(집행유예 12건)뿐이다.

중대재해법 처벌을 위해서는 법에 규정된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안전보건총괄책임자 등의 충실한 업무 수행’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정부가 면밀히 입증해야 한다. 아리셀 모회사인 에스코넥의 박순관 대표가 지난 25일 취재진을 만나 “안전교육을 충분히 하고, 현장 곳곳에 대피 매뉴얼을 놓았다”고 한 것도 중대재해법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망 노동자 대다수가 제대로 대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전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위험물질인 리튬과 염화티오닐 관리의 적정성 여부도 관건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연구위원을 거친 김관우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아리셀이 사내 안전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충분히 했는지, 아리셀 안전관리책임자가 안전관리구축 노력을 성실히 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식(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과 중대재해법 해당 부처 장관들이 지난 1월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중대재해법 추가 유예 입법을 촉구하는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왕태석 선임기자

이정식(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과 중대재해법 해당 부처 장관들이 지난 1월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중대재해법 추가 유예 입법을 촉구하는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왕태석 선임기자


정부 주장대로라면 '중대재해법' 비껴갔을 수도... 산재보험 적용 방침

중대재해법은 올해 1월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다. 당시 고용부는 “동네 빵집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을 강하게 반대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아리셀 노동자 수는 43명으로, 정부 주장대로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이 유예됐다면 처벌이 어려웠을 수 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도급(하청)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아리셀 근로자가 50인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이 이뤄졌기 때문에 적극적인 수사와 책임소재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아리셀에 인력을 보낸 파견업체 메이셀은 산업재해 보상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는 근로자 국적과 관계없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을 신고해야 한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은 사고 피해자에 대한 산재 보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사업장의 산재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산재 피해를 당한 근로자라면 산재 보상 적용 대상이 된다”며 “아리셀 화재 피해자에 대해서는 산재 보상에 나설 방침”이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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