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 대책위 “외국인 노동자, 3D에 죽음 더한 4D 업종 내몰려"

입력
2024.06.26 16:20
수정
2024.06.26 16:5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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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주노조 등 참사 대책위 기자회견
“리튬배터리 산업 성장한 사이 정부 대책 전무”

지난 24일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사망한 경기 화성시 1차전지 생산업체 아리셀 공장의 희생자 분향소가 차려진 경기 화성시 화성시청에서 26일 조문객이 조문하고 있다. 화성=박시몬 기자

지난 24일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사망한 경기 화성시 1차전지 생산업체 아리셀 공장의 희생자 분향소가 차려진 경기 화성시 화성시청에서 26일 조문객이 조문하고 있다. 화성=박시몬 기자

“리튬 배터리가 '신산업'으로 불리며 성장하는 사이에도 방재 대책은 전무했고 위험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전가됐습니다.”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시 아리셀 화재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로 드러나면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성 지역 노동·시민·종교 관계자들이 모인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낳은 예견된 비극"이라며 “이 참사를 단순한 화재 폭발 사고로 여기지 말고 진짜 원인을 찾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발생한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26일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노조 등으로 구성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화성=박시몬 기자

24일 발생한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26일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노조 등으로 구성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화성=박시몬 기자

대책위는 26일 아리셀 화재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튬 배터리 산업의 수요와 설비가 증가함에 따라 여러 전문가들이 배터리 화재의 취약성을 제기했으나 정부의 방재 기준과 대책은 전무했다"며 "산업안전 분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신산업의 안전보건 취약성을 방치하고, 고위험사업장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위험한 업무에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하는 현실도 도마에 올랐다. 네팔 출신인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 교육이나 장비 없이 매우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대책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는 3D(Dirty·DIfficult·Dangerous)에 죽음(Death)이 더해진 4D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며 “한 해 100명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 사망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한국 사회와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리셀 공장 폭발사고로 사망한 23명 가운데 18명이 외국인 노동자다.

외국인 노동자 불법파견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장은 “아리셀에 노동자를 파견한 업체인 메이셀은 도급업체로 위장해 불법 파견을 계속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업체들도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만연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뤄온 최정규 원곡 변호사도 한국일보에 “사고가 발생한 화성 지역 산업공단에서는 과거 불법 파견 문제가 심각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있다”며 “상시(정규직) 근로자가 충분한 교육을 받고 안전 도구를 갖춰서 해야 할 일을 일용직 노동자에게 맡기면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피해가 유달리 컸던 배경에는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는 게 대책위의 시각이다.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위험 관리를 사업장에만 맡겨두는 현재의 관행이 위험의 외주화를 빚고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을 불러왔다”며 “국가 차원의 위험성평가를 통해 산업의 위험도를 분류하고,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통해 가장 취약하고 열악한 노동자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원한다”고 했다. 아울러 경기도와 같은 지방자치단체도 지역 내 사업장 안전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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