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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경 “‘박찬욱 금수저’라 해도 부인 못해… 그래서 드라마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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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선뵐 새 드라마 ‘북극성’ 막바지 집필
“전지현, 그 자체로 스펙터클... 자랑스럽다”
“날마다 실패… 그러나 절망 끝에 새 길 만나”
정서경(49) 작가에게 물었다. “시나리오는 어떻게 쓰는 건가요?” 그가 딱 잘라 말했다. “저는 시나리오 작법을 몰라요.” 반문하려 입이 반쯤 벌어지는데, 그가 거듭 말했다.
“정말 몰라요.” 심지어 전공이 시나리오(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인데. “학교에서 배운 건 시나리오를 대하는 태도였죠, 시나리오를 대하는 신실한 마음.”
하긴, 그래서 그때부터 그는 ‘시나리오교 신자’다.
-만약 눈앞에 시나리오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해줄 건가요.
“음, ‘(시나리오를) 써서 함께 읽고 얘기해보자’고요. 우리는 이미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봤어요. 그 덕분에 머릿속에 시나리오의 문법이 다 들어있죠. 그러니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자기의 이야기를 자기의 형태로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전문 상업 시나리오 작가가 되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써야겠죠.”
실제 그는 2012년부터 2년간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시나리오 작법을 모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한 이야기를 쓸 때 그 이야기만의 작법이 생겨야 한다고 믿어요. 예를 들어, ‘친절한 금자씨’를 쓸 때는 그때의 작법이 있었어요. 보편적인 기대를 배반하며 써내려 간 작품이죠,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느끼게 해주겠다고 마음먹고 쓴. 그러니까 시나리오의 작법은 이런 것이므로 이렇게 써보라고 말할 수가 없는 거예요.”
지금까지 그가 쓴 영화는 여덟 편, 드라마는 두 편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정서경이 된 건 ‘단일한’ 시나리오 작법을 알아내는 데 ‘마침내’ 실패해서고, 그 덕분에 그는 늘 새로운 작법으로 우리 앞에 영화와 드라마를 내놓을 수 있었던 거다.
-그간 나온 영화와 드라마로 따지면, 정서경 작가에겐 10개의 작법이 있는 거네요.
“그런 거죠.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매회를 그렇게 쓰고요. 그러니 매번 달라요. 그래서 시나리오의 작법을 묻는다면 가르칠 수 있는 게 없어요. 생각해 보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때는 불가능한 작법을 꿈꿨죠. 내게 실패가 있다면 뭘까 생각해보면 그 작품이에요.”
‘아...’ 탄식이 나왔다. 그의 작품은 모두 마음속에 명징한 이미지와 강렬한 메시지로 남아 있다. 그런데 어쩐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심상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그걸 알아챈 그가 “것 봐요”라고 말했다.
-불가능한 작법요?
“이야기도 언어와 같아서 모르는 외국어는 안 들려요. 그 이야기의 수용체가 관객한테 없으면 전달되지 않는 거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썼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로 전달되지 않은 거죠. 사실은 실패한 작업이었던 거예요. 모든 이야기는 그에 맞는 작법을 찾아야 해요. 매번 스스로 배우고 깨쳐야 알 수 있죠. 누가 가르쳐준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왜 실패라고 생각하는지 좀 더 말해줄 수 있나요.
“개봉하고 친구와 극장에 가서 봤는데 분위기가 너무 차가운 거예요. 사람들이 영화에 들어가지 못하고 헤매는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장면에서 정말 단 한 명도 웃지 않았고요. 진심으로 연기한 배우, 땀 뻘뻘 흘리며 일한 스태프들이 생각났어요. 시나리오를 이렇게 쓰면 안 되는구나 싶었죠. 그때도 박찬욱 감독님은 재미있다고 하셨지만요.”
그가 쉬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썼을 때 스태프들이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했거든요. 두 시간 남짓한 영화인데 중반까지 주인공 얘기가 너무 적다는 거였죠. 하지만 전 자신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꼭 주인공의 얘기만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믿었거든요.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다 모아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다는 걸 보일 거라고요. 기술 시사(제작진이 최종 편집본을 보는 것) 때도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주인공 영군 역의) ‘임수정씨 정말 대단하다’면서. 임수정씨가 울 때, 저도 울었어요. 게다가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제 눈엔 너무나 아름다웠거든요. 그런데 관객은 아니었던 거죠. 내가 어떻게 써야 관객에게 이야기가 도달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해서 평이 좋지 않을 수도, 흥행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단 걸 알았어요.”
-시나리오 작가로서 책임감을 체감한 건가요.
“음, 난 쉽게 작가가 되고 쉽게 그 자리를 유지한 거예요. 박찬욱 감독님이 계셨으니 영화가 잘 안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죠. 시나리오를 쓰면 당연히 너무나 잘 찍으실 거고, 캐스팅도 잘될 거라고 믿었죠. 그런데, 내가 잘하지 못하면 그 모든 노력이 다 잘못될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극장에서 관객의 분위기를 본 뒤엔 어땠나요.
“그때 영화와 관련된 댓글과 평점을 다 읽어봤어요. 0점, 0점, 0점, 1점, 1점, 1점… 이렇더라고요. 대다수가 최하점.”
-왜 일일이 다 본 건가요.
“알려고요. 알고 싶었거든요. 왜 그런 건지 몰랐으니까. 음식이라면 다 흡수해서 소화를 시키고 싶었어요.”
-댓글까지 보는 건 괴로웠을 텐데.
“괴롭지만 괴롭지 않고서 변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유를 알아냈나요.
“전 시나리오가 생각들의 모양인 줄 알았어요. 그림이나 도형처럼 ‘이게 멋진 이야기야’라면서 펼칠 수 있는. 그래서 사람들이 ‘허, 이런 게 있었다니’라며 놀랄 수 있도록. 시나리오가 감정을 담는 그릇이고 도구라는 걸 그땐 몰랐어요. (그런 감정들은) 이야기가 잘 전해지면 따라오는 건 줄 알았죠. 지금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떠올리면 그림 같아요. 펜 같은 걸로 절묘한 모양을 그리려고 하는.”
-지금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기억이 마음속에 있나요.
“관객 수가 73만 명이었어요. 그 숫자를 오랫동안 기억했죠. 이후에도 개봉한 영화가 좀 심상치 않다 싶으면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요. 팝업처럼 안에서 떠오르죠. 늘 마음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있는 거예요. 흥행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의 틀을 찾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 봐 두려운 거죠. 그걸 찾는 덴 속임수도 우연도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고자 하는가, 왜 영화를 보는가.’ 이건 상업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평생을 해야 하는 공부인 것 같아요.”
그는 요즘 드라마 ‘북극성’의 막바지 집필에 한창이다. 배우 전지현(문주 역)ㆍ강동원(산호 역)씨가 주연이다. 외교관인 문주가 국적 불명의 특수요원 산호와 거대한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을 좇는 얘기다. 김희원ㆍ허명행 감독이 연출이다. 김 감독과는 드라마 ‘작은 아씨들’(2022)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집필 과정에서 불안감이 들 때도 있나요.
“드라마를 쓰다 보면 70% 정도 썼을 때 매번 길이 끊긴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주변엔 사람이 없죠. 드라마는 혼자 가기에 참 먼 길이에요. 이번에도 길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내가 길을 잃었다는 사실조차 모르죠.”
-그럴 땐 어떻게 하나요.
“제가 믿는 종교가 ‘시나리오교’잖아요. 그때 시나리오의 신이 꼭 필요해져요. 길을 찾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심정이 되죠. 제가 휴대폰의 노트 앱을 쓰는데, 찾아보니 ‘작은 아씨들’ 쓸 때도 70% 지점에서 비슷한 말을 써놨더라고요.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 데도 못 가보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제가 길을 찾게 해주세요.’ 이런 기도하는 말이었어요.”
-참 외로울 것 같아요.
“그렇게 절망이 깊으면 뭔가 생겨나더라고요. 내가 알고 있는 길을 1번부터 쭉 탐색했는데도 모두 별로인 것 같으면 정말 절망하거든요. 길이 없다고 생각되니까. 그런데 그렇게 며칠이든 지나고 나면 새로운 길이 생기더라고요. ‘작은 아씨들’ 때는 도중에 정말 못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이 시나리오가 스태프들조차 설득시킬 수 없는 채로 끝났을 때 어떨지 떠올려 보기까지 했죠. 끔찍하더라고요. 그런 때는 상업성이고 뭐고 다 사라지고 단 한 가지만 남아요. ‘스태프들이 오늘 이 시나리오를 들고 촬영할 때 찍을 가치가 있는 신이라고 믿을 수 있는 선까지만 하자’고.”
-절박한 마음이네요.
“이번에 든 생각인데, 절망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이 안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일이 너무 힘들어요. 필연적으로 엄청나게 절망해야, 그런 과정을 거쳐야 새 길을 찾을 수 있거든요. 인간의 뇌는 너무 관성적이잖아요. 적은 노력으로 효율적인 경로를 찾고 싶어하니까.”
-시나리오 한 편, 혹은 12부작이나 16부작짜리 드라마를 한 편 완성하기까지 크고 작은 실패가 있겠죠.
“날마다 실패하죠. 어제도 한 것 같은데요(웃음).”
-어떤 실패기에 그런가요.
“예를 들어 참 재미있을 줄 알고 쓴 신(scene)이 재미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 나도, 보조작가도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스태프들이 아니라고 하면 늘 다시 써요.”
-그 정도 경력이면 어떤 땐 ‘이게 맞다’면서 밀어붙이기도 할 것 같은데 매번 고치나요.
“그럼요. 시나리오를 쓰는 방법이 무궁무진한데 굳이 스태프들이 싫다는 길을 밀어붙일 이유가 없잖아요. 물론 스태프들이 재미가 없는데도 저한테 말을 안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북극성’도 여성 주인공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나요.
“전지현씨가 주인공인 문주를 맡았죠. 제가 썼지만, 제가 문주라면 제정신으로 못살 것 같아요. 문주가 이제까지 겪은 일들, 문주의 마음이 어떨지를 떠올리면 저도 깜짝 놀라요. 하지만 그녀는 굳건한 여성이죠. 전지현씨가 문주 역에 그래서 잘 맞아요. 그게 정말 자랑스러워요.”
-전지현씨에게서 무엇을 봤나요.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서 인간 여성의 강인한 성숙함이 무엇인지 보여주죠. 그 자체가 스펙터클이에요! 전지현씨를 보면 자기가 살아온 삶이 보이거든요. 그녀가 20대일 땐 이렇게 단단하게 나이 들지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나오기에 그런가요.
“이 드라마에서 유독 많이 뛰거든요. 야외에서 달리는 장면이 많이 나와요. 그래서 언젠가 전지현씨와 얘기를 하다가 (운동을 많이 했을 테니까) 주법도 따로 배웠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그녀가 그러더라고요. ‘그럼요. 저는 슬플 때도, 기쁠 때도, 눈물을 흘릴 때도 언제나 트레드밀 위에 있었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그간 살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었을 테지만 그녀는 언제나 뛰는 여성이었고, 공교롭게도 ‘북극성’의 주인공도 그렇죠! 그래서 참 기대돼요.”
-시나리오를 쓰다가 그만두거나 다 썼는데도 극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나요.
“그럼요. 정말 순수하게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 나지 않아서 그만둔 적은 없지만, 도중에 엎어진(무산된) 경우는 많죠. 그래도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쓸 때 다 재미있었고 제가 보기엔 (시나리오) 결과물도 괜찮았거든요. 엎어진 이유가 다 있었고 거기서 배운 게 많았으니까. 한번은 어떤 드라마를 시작했다가 그만두게 되면서 ‘돈’에 대해 생각할 계기가 있었어요. 제작사에서 빨리 쓰라고 몰아붙인 이유가 알고 보니 돈 때문이었거든요. 그 경험 덕분에 ‘작은 아씨들’을 쓸 수 있었죠.”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돈이 극의 커다란 물줄기처럼 흐른다.
-캐릭터를 구상할 때 결함부터 생각한다고 한 적이 있어요.
“부족함으로 시작하지만 극이 끝날 즈음엔 보통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견디고, 더 많이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북극성’을 쓸 때는 그렇지 않았어요. 그게 (앞선 작품들과) 가장 다른 점일 거예요. 저의 의도와 달리, 주인공들의 약점이나 결함이 시청자에게는 비호감으로 비칠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 이유로 그 캐릭터가 온전히 사랑받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 여성은 영웅적인 면모가 있는 큰 사람으로 시작하고 싶었죠.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인공 소피처럼요.”
-계속 드라마를 쓰는 이유도 궁금해요.
“저를 ‘금수저’라고 해도 부인할 수가 없어요. 박찬욱 감독 같은 거장과 처음부터 함께 일할 기회가 주어졌으니까. 감독님과 20년을 함께하면서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게다가 감독님은 제가 뭘 써갔을 때 재미없다고 하신 적이 없어요. 다만, 재미없는 부분은 감독님이 직접 고칠 뿐이었죠. 편했고, 또 보호를 받으면서 보낸 시간이기도 해요. 제가 겪은 실패를 실패라고 어디다 말하기가 부끄러운 환경에서 글을 써 왔죠. 그런데 계속 그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감독님의 힘이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일해보고 싶었어요. 드라마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여러 이유가 겹친 자연스러운 일이죠. 사춘기가 지나면 인간은 독립하고 싶어지잖아요.”
-영화 판과 드라마 판이 다른가요.
“그럼요.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서 경력은 인정받지 못하죠. 처음엔 아마 ‘과연 드라마를 끝까지 쓸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많았을 거예요. 2시간짜리 영화를 쓰던 사람이 16시간짜리 드라마를 완성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거죠. 그래서 ‘마더’(2018)를 쓸 때 일단 내가 16부작 드라마를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했어요.”
-영화 시나리오를 그만둔 건 아니지요.
“그럼요. 앞으로 또 영화를 한다면 박찬욱 감독님과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실패를 정서경만의 언어로 정의를 해본다면 뭘까요.
“저는 실패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왔어요. 오늘의 실패가 최종적인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여기죠. 실패를 안 해도 문제거든요. 가능성을 다 탐색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실패는 목적지로 가는 길에서 하나의 가능성을 열어봤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그 실패가 ‘작가 정서경’에게 준 것은요.
“성공의 기억은 잘 잊혀요. 실패는 잊히지 않더라고요. 다시는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듯이.”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인생이란 집은 성공이 아닌 실패가 만드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패로 뼈대를 세웠기에 더 성장할 수 있는 집.
‘작은 아씨들’에서 위안을 준 대사가 있다. 고모 할머니 혜석(김미숙)이 인주(김고은)에게 남긴 말이다.
“난 말이야, 모든 걸 잃어도 이런 집만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작가 정서경의 집’이 그러했다.
역사가 승자의 서사이듯, 우리의 이력서도 성공만을 적습니다. 그러나 성공이라는 열매를 하나 맺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이 실패합니까. ‘삶도-시즌2’는 실패를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실패의 정의를 새로이 써보자는 의도입니다. 우리는 모두 실패합니다. 지금도 무수히 실패하는 중입니다. 나의 실패와 당신의 실패는, 그래서 별것 아니면서도 특별합니다. 그 실패의 시간들을 엮는 ‘실패연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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