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4일 한때 1,391.9원까지 상승했다 1,389원으로 마감됐다. 외환시장에선 1,400원대도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은 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코로나19 위기 등 한국 경제가 감당하기 힘든 대외적 충격에 휩싸였을 때뿐이었다. 지금처럼 정상적인 상황에서 환율이 급등한 건 전례를 찾을 수 없다.
올해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강달러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의 기준금리(5.5%)는 우리나라(3.5%)는 물론 대부분의 나라보다 높다. 이자가 높은 나라의 통화는 수요도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국 경제는 이런 고금리에도 강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연일 최고가 행진인 증시도 ‘달러만큼 안전한 자산은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한국은행을 향해 금리인하를 압박한 건 환율 상승만 더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방송에 나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안정되는 등 이미 상당 부분 금리를 인하할 환경이 됐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고 거들었다. 국책연구기관은 선제적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보고서를 냈다. 국민의힘은 27일 한은 부총재도 부를 예정이다. 시장에선 금리 인하가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커졌다. 결국 원화 가치 하락을 막아야 할 정부가 원화 가치를 더 떨어뜨린 셈이 됐다.
변동성이 커진 환율은 섣부른 금리 인하가 가져올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미리 보여준다. 금리를 너무 빨리 인하할 경우 환율은 더 치솟고 물가 등 민생 경제 전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하며 가계부채가 매달 수조 원씩 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집값은 들썩이고 고물가는 여전하다. 한은이 금리인상에 실기한 결과란 지적도 적잖다. 지금은 정부가 한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할 때가 아니다. 한은도 눈치 보지 말고 제 할 일을 하기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