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체적으로 채상병 특검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법안 내용은 수정이 필요하지만 특검법 자체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총선 패배의 책임에도 출사표를 던진 한 전 위원장의 정치적 승부수일 순 있겠지만, 여당 내에서 특검법에 찬성하는 의견이 나왔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 전 위원장은 그제 출마 회견에서 “(여권이) 국민 의구심을 풀어드릴 여러 번의 기회를 실기했다”며 “당대표가 되면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종결 여부를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고 했다. 공수처 수사 결과에 국민들의 의구심이 있을 경우 특검을 받을 수 있다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그간 입장과 결을 달리한 것이다.
다만 그는 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한 특검법안과는 다른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안을 제안했다. 민주당 법안은 민주당과 비교섭단체(조국혁신당)가 1명씩 특검 후보를 추천해 대통령이 1명을 임명토록 하고 있는데,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대통령도 아닌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대법원장 같은 제3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 당대표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은 “야당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대하지만, 그렇게 막아 설 일이 아니다. “이 정도도 추진할 용기가 없다면 국민의힘이 어떻게 재집권을 운운할 수 있겠나”며 여당발 특검법안에 찬성하고 나선 김재섭(도봉갑) 의원의 쓴소리를 곱씹어보기 바란다.
민주당도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민주당 특검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된다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은 자명하다. 정치 공세가 아니라 특검법을 통한 진실 규명이 진짜 목적이라면 여당 일각의 태도 변화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공정성만 확보된다면 제3자의 특검 추천을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BBK 특검을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등 전례도 적지 않다.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된다면 더 이상 대통령 거부권의 명분도 실리도 없지 않겠는가. 법안 의결과 거부권 행사의 도돌이표만 계속하기엔, 공수처 수사만으로 풀기 힘들어 보이는 의혹들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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