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빈 그림(Gavin Grimm)의 화장실 권리 싸움

입력
2024.06.2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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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 트랜스젠더 개빈 그림의 법정투쟁

트랜스젠더 공립학교 재학생의 화장실 사용 권리를 쟁취한 버지니아주 트랜스젠더 개빈 그림. aclu.org

트랜스젠더 공립학교 재학생의 화장실 사용 권리를 쟁취한 버지니아주 트랜스젠더 개빈 그림. aclu.org

2014년 미국 버지니아주 글로스터 고교 2학년 트랜스젠더(FtoM) 개빈 그림(Gavin Grimm)은 학교 측에 남자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청했고, 학교장은 별 이의 없이 승낙했다. 하지만 몇몇 학부모가 카운티 교육위원회 등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공개회의가 소집됐고 회의 석상에서 그림의 신체와 성 정체성에 대한 온갖 혐오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교육위는 그림의 남자화장실 사용을 금지하는 대신, 그를 위한 별도의 화장실을 마련해 주도록 결정했다. 교육위 측은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화장실을 쓰게 할 경우 다른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결정 근거를 밝혔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그림에게 별도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낙인 행위이자 성차별”이라며 수정헌법 14조(평등권) 위반으로 글로스터 카운티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2019년 연방지방법원은 그림의 권리를 인정했고 2020년 8월 항소법원(제4순회법원) 역시 교육위 결정이 학교 성차별 등을 금지한 개정교육법 ‘타이틀IX’과 수정헌법 14조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카운티 교육위는 상고했고, 2021년 6월 미연방대법원은 적극적인 판결을 회피한 채 기각을 결정, 결과적으로 항소법원 판결을 유지하도록 했다. 그럼으로써 항소법원인 제4순회법원 관할 주(버지니아, 웨스트버지니아, 메릴랜드,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에 판결 효력이 미치게 됐다. 16세에 소송을 시작해 7년 만에 최종 승소한 그림은 자신의 X 계정에 “트랜스젠더 권리를 위한 승리의 일부가 된 게 영광”이라고 썼다. 카운티 교육위는 그림의 소송을 대리한 ACLU에 소송 비용 130만 달러를 지불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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