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주가가 1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135달러로 마감,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3조3,350억 달러(약 4,600조 원)까지 치솟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까지 제치고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1993년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이 자본금 4만 달러로 세운 컴퓨터게임 그래픽처리장치(GPU) 회사가 31년 만에 ‘AI 시대의 황태자’로 등극한 셈이다.
엔비디아가 '세계 최고 기업'이 된 건 사실상 AI 반도체 공급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묶어 AI 개발과 학습에 꼭 필요한 ‘AI 가속기’를 대당 5,000만 원 안팎에 파는데, 수개월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전 세계 빅테크와 주요국은 AI 전쟁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엔비디아 가속기 확보에 혈안이다.
엔비디아의 독주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적잖다. GPU 성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AI 모델이나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2007년부터 쿠다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여, 현재 쿠다 이용 AI 개발자는 450만 명도 넘는 상황이다. 경쟁자가 나오기 힘든 구조란 얘기다.
엔비디아의 성공 신화는 미래를 내다보고 혁신을 이어온 기업가 정신이 큰 몫을 했다. 기업의 성패는 결국 미래 개척에 있다는 걸 다시 보여준다. 나아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오랫동안 파트너를 존중하며 생태계 구축에 힘쓴 결과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하드웨어를 파는 전략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주로 가시적인 하드웨어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소프트웨어와 생태계엔 소홀했다. 그 결과 지금 반도체 강국 한국은 젠슨 황의 한마디에 대표 기업 주가가 일희일비하는 상황으로 전락했다. 엔비디아 시총은 2년도 안 돼 10배로 뛴 반면 삼성전자 시총은 이제 엔비디아 10분의 1이 됐다. 정부도 기업도 소프트웨어 인재와 역량을 키우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게 엔비디아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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