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진 불참' 신경과 교수 "10년 후 의사 수 때문에 지금 환자 죽어도 되나"

입력
2024.06.17 07:21
수정
2024.06.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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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의협 집단휴진 방침에 비판
"잘못 없는 중증 환자 생명 위태"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4일 대구 한 2차 병원에서 보호자가 환자의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4일 대구 한 2차 병원에서 보호자가 환자의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에 불참하기로 한 뇌전증 전문 교수가 "단체 사직과 휴직은 중증 환자들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동료 의사들에게 호소했다.

홍승봉 거점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 위원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16일 메디포뉴스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10년 후에 1,509명의 의사가 사회에 더 나온다면, 그때 전체 의사 15만 명의 1%에 해당한다"며 "1%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누가 죽거나 한국 의료가 망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나의 사직, 휴직으로 환자가 죽는다면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정당화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앞서 이 단체와 대한아동병원협회, 분만병의원협회 등은 18일 의료계 집단 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홍 위원장은 "하루에 젊은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가 1~2명씩 사망하고 있다.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사망률이 3분의 1로 줄어들고, 10년 이상 장기 생존율이 50%에서 90%로 높아진다"며 "그런데 지금은 전공의 사직으로 유발된 마취 인력 부족으로 예정됐던 뇌전증 수술의 40%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 잘못도 없는, 국가와 의사가 지켜줘야 할 중증 환자들이 생명을 잃거나 위태롭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년 후에 증가할 의사 수 때문에 지금 환자들이 죽게 내버려 두어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후배, 동료 의사들의 결정이지만 의사로서 국민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사가 부족해서 환자가 죽는 것이지 의사가 너무 많다고 환자가 죽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 의과대학 및 서울대병원 교수 가운데 절반가량이 17일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의협은 '의대 증원 재논의'를 포함한 요구안을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18일부터 전 회원 휴진에 동참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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