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검찰, 구금 14개월 만에 미 WSJ 기자 '간첩죄' 기소

입력
2024.06.1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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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신분으로 취재 중 FSB에 체포
방산업체 관련 비밀 정보 취득 혐의
미 정부 혐의 부인하며 석방 강력 촉구

에반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AFP 연합뉴스

에반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AFP 연합뉴스

러시아 검찰이 1년 넘게 구금하고 있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에반 게르시코비치(32) 기자를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WSJ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냉전 시대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미국 언론인이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 검찰은 이날 성명에서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시를 받고 방산 업체 우랄바곤자보드의 비밀 정보를 수집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게르시코비치 기자와 WSJ, 미국 정부 모두 그의 간첩 혐의를 부인하면서 석방을 강력 촉구해왔다.

WSJ 모스크바 지국 소속 특파원이었던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지난해 3월 30일 취재를 위해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를 방문했다가 간첩 혐의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그가 마지막으로 썼던 기사의 제목은 '러시아 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였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가 강해지면서 러시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체포 이후 그는 가혹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교도소에서 1년 2개월째 수감돼 있다. 이번 기소로 게르시코비치 기자의 구금 생활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20년의 중형이 나올 수 있다. 재판은 국가기밀이 관련된 간첩 혐의 사건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WSJ은 전했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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