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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매우 희박”…‘최대 140억 배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접한 전문가 7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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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검증도 거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을 열고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의 동해 심해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하며 나온 '깜짝 발표'다. 윤 대통령은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로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21세기 최대 석유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고 덧붙였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술 더 떠 "지금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 배럴 얘기를 하고 있는데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다섯 배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본보는 이에 국내 지질학 및 자원공학 전문가 7인을 인터뷰하고 관련 연구 문헌을 바탕으로 정부의 전망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따져봤다.
매우 희박하다. 13일 한국석유공사가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심해 탐사자원량 최소 35억 배럴과 최대 140억 배럴을 두고 "확률적으로 도출된 탐사자원량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따져봐야 할 것은 석유공사가 활용한 평가 방식인 '확률론적 방법'이 무엇인가다.
이 방법론에선 탐사자원량 산정에 필요한 각종 변수(면적, 층후, 공극률, 수포화율, 용적계수 등)들을 계산해 가능한 모든 범위의 분포 내에 그린 뒤 수천 회 무작위로 변수값을 추출해 작은 값부터 큰 값까지 나열한다. 이렇게 나온 값은 확률에 따라 최소(P90), 최적(P50), 최대(P10)값으로 구별한다. 최대값(P10)은 10% 확률로 이보다 많은 자원량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며, 최소값(P90)은 90% 확률로 이보다 많은 자원량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정부가 발표한 최대값(P10) '140억 배럴'의 경우 석유·가스가 발견된다는 전제 아래 140억 배럴 규모가 나올 가능성이 10% 확률로 긍정적이다.
사실상 최대 140억 배럴 규모의 수치에는 '통계의 함정'이 숨어 있는 셈이다. 최경식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확률론적 방법으로 추산했을 때 최소치는 가장 높은 확률, 최대치는 가장 낮은 확률을 의미한다"며 "140억 배럴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근상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최대치라는 것은 그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라며 "시추해서 석유나 가스를 발견했을 때 유의미할 뿐이지 현재 단계에서 규모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확률론적 방법론에서 가장 '합리적'인 값은 '최적값(P50)'이다. 실제로 회수될 것으로 기대되는 양의 최적 평가량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나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면 양 극단의 최저값과 최소값 범위가 아닌, 최적값(P50)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최적값'이 얼마인지 묻는 본보 질의에 "앞으로 해외 투자 유치나 사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라며 "법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에 포함돼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이 아니다. 남미 가이아나 유전은 '금세기 최대 규모'로 영일만 유전과 비교되고 있다. 산업부는 3일 배포한 백브리핑 자료에서 "금세기 발견된 단일광구 최대 심해유전으로 평가되는 남미 가이아나 스타브록(Stabroek) 광구의 발견자원량(매장량+발견잠재자원량)이 110억 배럴"이라며 영일만 탐사자원량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영일만의 탐사자원량과 가이아나 광구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치명적 오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지구시스템공학회지에 발표된 '국내 석유자원량 분류체계의 표준화(2009)'에 따르면, 탐사자원량이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탄화수소 집적 구조로부터 잠재적으로 거둬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석유의 양으로, 아직 시추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자원량이다. 아직 7개 유망구조에서 석유나 가스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발견된 뒤 상업성까지 따져본 '발견자원량'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임종세 국립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유망구조의 크기나 부피를 가지고 계산한 규모일 뿐 절대 매장량이나 예상되는 자원량이라고 얘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7개 유망구조에 석유나 가스가 있다는 보장이 없어 실제 발견돼도 상업적으로 생산 가능한 양은 140억 배럴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종세 교수는 "140억 배럴은 '만약 석유나 천연가스가 유망구조에 존재한다면'을 가정한 것"이라며 "보존돼 있지 않다면 아예 없는 것이라 '0'이다"고 말했다. 최경식 교수는 "물컵에 물을 따를 때 처음부터 가득 차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채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순 있어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것은 가치를 부여하는 표현이라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이라 보기 어렵다. 석유 시추에 있어 '탐사 성공률' 20% 의미 또한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탄화수소가 있으려면 석유를 만드는 근원암, 석유나 가스가 저장돼 있는 저류층, 이것들이 다른 곳으로 흐르지 못하게 막아주는 덮개암, 또 이 같은 구조를 칭하는 '트랩' 등 요소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성공률은 이처럼 지질학적 특성을 정성적으로 평가해 나온 확률을 모두 곱한 수치로, 유망구조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순 있지만 실제 시추해서 석유나 가스가 있을 가능성과는 별개다.
결국 모든 것은 가능성과 확률을 따졌을 때 그리고 석유나 가스가 실제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 나온 '추정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권순일 동아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규모라고 해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전제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라며 "정부가 지나치게 희망적으로 이야기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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