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믿으라" "구걸 대통령"... 독일서 '냉온탕' 오간 젤렌스키

입력
2024.06.12 11:25
수정
2024.06.12 14:3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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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우크라 재건 회의 지원 방안에 '미소'
독일 연방의회 연설 극우 정당 '막말' 수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유럽에 의지하면 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임기가 만료된 대통령이 전쟁과 구걸로 재임하고 있다." (독일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 지도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방문한 독일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수도 베를린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이하 재건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도 불구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 방안이 쏟아진 반면, 이후 연설을 위해 찾은 독일 연방의회에서는 최근 유럽의회 선거를 통해 강력한 지지세를 확인한 독일 극우 정당으로부터 모욕을 받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회복 위해…" 2000명 인산인해

재건 회의는 베를린 컨벤션 센터인 '베를린 메세'에서 11, 12일 이틀 일정으로 진행됐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만큼 전쟁 중에도 회복력을 잃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재건 회의는 올해로 3회를 맞았다.

11일 직접 찾은 현장에선 EU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회의장 앞에는 우크라이나 회복을 염원하듯 전쟁으로 다리를 잃은 이들을 위해 사용되는 의족 20여 개가 놓여 있었다.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의 사진도 전시 중이었다.

11일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가 열린 독일 베를린의 대형 컨벤션 센터 '베를린 메세' 앞에 우크라이나 재건을 상징하는 의족이 전시돼 있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11일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가 열린 독일 베를린의 대형 컨벤션 센터 '베를린 메세' 앞에 우크라이나 재건을 상징하는 의족이 전시돼 있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회의장 한편에는 우크라이나 투자 관련 부스가 잔뜩 차려졌다. 민간 기업의 우크라이나 투자 독려를 위해 재건 회의가 '가교' 역할을 한 것이다.

이날 회견에 나선 젤렌스키 대통령이 특별히 강조한 분야는 러시아 공격으로 파괴된 에너지 인프라 복구다. 그는 "러시아의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발전 용량 9GW가 파괴됐다"며 관련 분야 지원을 촉구했다. 회의에는 각계각층에서 약 2,000명이 참석했다.

추가 재정 지원 약속도 쏟아졌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13~15일 이탈리아 풀리아에서 진행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서방 국가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나온 이익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7월 15억 유로(약 2조2,000억 원)가 우크라이나에 제공될 것으로 보이며 이 중 90%는 국방, 10%는 재건에 쓰일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또 EU 회원국이 조성한 우크라이나 기금 19억 유로(약 2조8,000억 원)도 이달 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을 위한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며 "이달 말 EU 가입 협상을 개시할 것"이라고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가 열린 11일 '베를린 메세' 내 한 회의장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 위해 참석한 이들로 가득 차 있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가 열린 11일 '베를린 메세' 내 한 회의장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 위해 참석한 이들로 가득 차 있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젤렌스키 대통령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및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우크라이나 지원 및 지지 의사를 밝힐 때 여러 차례 미소를 지었다.

독일 극우·극좌 '모욕' '냉대' 속... 의회 첫 연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나 이후 연설을 위해 찾은 독일 연방의회에서 수모를 당했다. AfD의 '연설 보이콧'을 마주한 것이다. AfD는 보도자료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구걸 대통령"이라고 모욕하고, 재건 회의에 대해 "구걸의 무대"라고 폄하했다.

AfD는 "젤렌스키 대통령 임기가 끝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임기는 지난달 만료됐어야 하나 러시아 침공 후 발령한 계엄령 탓에 선거를 치르지 못해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 극좌 성향 정당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 전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핵 갈등을 감수하고 있다"며 연설을 거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과거 분단 독일 시절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에 (독일처럼) 장벽이 들어서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이유를 여러분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지원을 언급하면서는 "수천 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사의를 표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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