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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700억 대리 100억, 우리은행에서 또 터진 횡령

입력
2024.06.12 00:10
27면
우리은행 본점 전경.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 본점 전경.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에서 또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경남 김해지점에서 대리 직급 직원이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해 100억 원대 대출금을 빼돌린 뒤 해외 선물 등에 투자했다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내부 모니터링 점검 과정에서 이를 파악했다고 밝혔고, 금감원은 곧바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고는 2022년 4월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이 712억 원을 횡령한 지 불과 2년 만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배신감을 준다. 당시 우리은행은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며 재발 방지책을 다짐했다. 그러나 입으로만 외친 헛된 약속에 그친 셈이 됐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해 진행한 윤리강령 준수 서약식도 겸연쩍고 부끄럽게 됐다.

고객이 맡긴 소중한 돈을 제 쌈짓돈처럼 꺼내 쓴 건 금융기관의 생명이라 할 신뢰를 저버린 것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 원, 희망퇴직금이 4억 원도 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분노는 더 커진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고 고액 연봉까지 줬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다. 더구나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당시 13조 원에 가까운 공적자금 투입으로 기사 회생한 뒤 민영화한 곳이다. 더 높은 윤리 의식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들이 내부 비리 적발과 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감독해야 할 금감원도 잇따른 금융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BNK경남은행에선 2,988억 원이란 역대 최대 횡령 사고도 있었다. 올해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 배임 사고가 이어졌다. 첨단 인공지능(AI) 시대에 원시적 금융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걸 금융 소비자는 이해할 수 없다. 이중 삼중 감시 시스템을 통해 전사적 차원의 내부 통제를 구축하고, 사고에 대한 책임과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게 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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