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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명상 기간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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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인도네시아에는 단일 규모 최대의 불교 유적인 보로부두르 사원이 있다. 이런 곳은 더울 때 가면 안 된다. 그리하여 여름 전에 갔다가 이슬람의 금식기도 기간인 라마단에 걸린 적이 있다.
라마단 때 무하마드는 쿠란을 계시받았다. 이 때문에 이슬람들은 해가 있는 낮에는 음식을 먹지 않고 생산활동을 줄이며 5번 기도를 올린다. 즉 경건한 달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무더운 달'이다. 즉 무더위를 피해 경건하게 보낸다는 의미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슬람 역법은 354일의 태음력을 사용하며 윤달이 없다. 이에 따라 라마단은 1년에 11일 정도씩 앞당겨진다. 해서 오늘날에는 '무더운 달'이 아니라, 선선한 달에 라마단이 위치하는 것이다.
열사의 중동문화인 라마단에 더위를 피하는 의미가 있다면, 아열대의 인도에는 우기에 정주하는 문화가 존재한다. 인도는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3개월간 우기, 즉 우리의 장마 같은 기간이 펼쳐진다. 정확하게는 장마라기보다는 스콜이 난무하는 기간이라고 하는 게 맞다.
인도의 수행자들은 우기를 집중 수행기간으로 정했다. 이때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 편안하게 거처한다고 해서 안거(安居)라 한다. 또 '우기의 안거'라고 해서 우안거라고도 했다.
안거 3개월 동안 수행자는 집중 수행에 돌입한다. 모든 외부 대상을 넘어선 내적인 오롯한 나로서의 기간인 셈이다. 불교에는 이 집중 수행기간에 깨달은 사람이 많이 나왔다. 그 때문에 7월 15일(우란분절)에는 이들을 찬미하고, 이들이 만들어 낸 강력한 에너지로 돌아가신 조상님을 추모했다.
집중 수행기간은 내면의 각성을 강조하는 수행 종교에서는 중요한 변곡점이 되곤 한다. 규칙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몰아치는 것의 효율성이 좋기 때문이다.
인도의 집중수행 문화는 불교를 타고 동아시아로 전래한다. 그러나 동아시아에는 우기가 없다. 해서 여름의 무더위와 결합해 혹서기 안거라는 하안거라는 말이 일반화된다.
인도의 계절은 '겨울-우기-여름'의 세 가지다. 그러나 동아시아는 사계절에 따른 혹서기와 혹한기가 있게 마련이다. 여름의 하안거에 대응하는 겨울의 동안거도 존재한다.
하안거와 동안거 문화는 2,000년을 전해지는 고유한 전통으로 유지되고 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사회에서, 내면을 반조하는 집중 수행기간은 자못 의미가 크다. 불금이나 휴가보다는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진정 자유롭고 낭만적인 인생의 궤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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