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숏폼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화장실에서 스마트폰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

입력
2024.06.08 06:40
구독

[건강이 최고] 변기 오래 앉아 있는 습관, ‘치핵’ 원인될 수 있어
치질의 70~80% 차지… 대변 끝에 피 묻어나오면 의심을

화장실 변기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을 가지면 혈관 덩어리가 부풀면서 항문 밖으로 삐져나오는 치질에 걸리기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화장실 변기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을 가지면 혈관 덩어리가 부풀면서 항문 밖으로 삐져나오는 치질에 걸리기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은 이제 한 몸이 됐다. 특히 스마트폰을 필수로 챙겨가는 곳이 바로 화장실이다. 잠시나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아니 최근에는 스마트폰 없는 볼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최근 숏폼(Short-form·짧은 형태 콘텐츠) 인기와 함께 그 시간은 점점 더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자칫 항문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김문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화장실을 사용할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변기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혈액이 항문으로 심하게 쏠리게 해 ‘치핵’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변기에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 치핵 원인?

치핵(痔核)은 항문 점막 주위의 돌출된 혈관 덩어리를 말한다. 한자로 항문의 질병을 뜻하는 ‘치(痔)’와 덩어리라는 의미의 ‘핵(核)’의 합성어다. 치핵은 항문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포함하는 치질(痔疾)의 70~80%를 차지한다. 항문의 점막이 찢어진 ‘치열(痔裂)’이나 항문의 염증으로 구멍(누공)이 발생한 ‘치루(痔漏)’와는 다르다.

치핵은 항문 안에 생기는 ‘내치핵’과 밖에 생기는 ‘외치핵’으로 나뉜다. 내치핵은 통증 없이 피가 나거나 배변 시 돌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돌출된 덩어리가 부으면 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배변 후에도 시원하지 않을 때가 많다. 외치핵은 항문 가까이에서 발생하고 급성으로 혈류가 고여 혈전이 생기면 내치핵보다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항문 주위에서 단단한 덩어리를 만질 수 있고 터지면 피가 난다. 물론 두 유형의 치핵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김문진 교수는 “치핵의 40% 정도는 증상이 없지만 혈변이 있거나 혈전이 동반된 경우 통증이 있을 수 있고 항문 주변이 가렵거나 변이 속옷에 묻기도 한다”며 “출혈은 대부분 통증이 없고 주로 배변 활동과 동반돼 나타나는데 대변 끝에 붉은 피가 같이 묻어나오는 형태가 흔하다”고 했다.

◇국내 3번째 다빈도 수술… 40대선 수술 압도적 1위

치핵 수술은 국내에서 백내장 수술과 일반 척추 수술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요 수술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치핵 수술 환자는 15만6,432명으로 나타났다. 백내장과 일반 척추는 각각 73만5,693명과 20만3,902명이다. 특히 40대에서는 3만3,310명이 수술을 받아 2위인 자궁절제술(1만7,110명)과 3위인 담낭절제술(1만674명)보다 2~3배가량 많은 압도적 1위다.

치핵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유전적 소인과 잘못된 배변 습관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는 습관, 변비, 음주, 설사 등도 치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으로 골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치핵이 생기거나 악화될 때가 많다.

진단은 직장 수지(手指) 검사를 통해 대부분 가능하다. 직장 수지 검사로 확인되지 않는 환자는 항문경 검사를 시행한다. 빈혈이 심하거나 40대 이상에서는 종양 또는 다른 장 질환과 감별하기 위해 내시경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치핵은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이나 좌욕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은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출혈이 반복되거나 심하거나 △가려움증이 해결되지 않거나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피부 늘어짐으로 인해 불편하거나 제거를 원할 때 시행된다.

수술법에는 △돌출된 치핵 조직을 수술적으로 절제하는 방법 △원형 자동 문합기로 상부 항문관 점막이나 점막 하층 절제 또는 고정해 돌출된 치핵 조직을 항문관 안으로 되돌아가도록 하는 방법 △치핵 동맥을 묶어 치핵을 치료하는 방법 등이 있다.

◇치핵, 항문암 악화는 사실 아냐… 치루 가능성은 높여

치핵을 예방하려면 하루 20~30g의 섬유질과 1.5~2L의 물을 마시는 게 권장된다. 변기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다. 변기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이나 독서 등은 피한다. 또 변비나 설사를 유발하는 약물 복용은 피하고, 증상이 발생하면 따뜻한 물을 이용한 좌욕을 시행한다.

간혹 치핵을 포함한 치질이 오래되면 대장암 등 항문암으로 발전한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다만 치루의 경우 항문암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만큼 주의한다.

김문진 교수는 “치질과 항문암이 공통으로 보이는 가장 흔한 증상은 항문 출혈인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대장 내시경검사나 검진으로 치질 악화를 예방하고 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