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가 손발 감각 무뎌지고 자주 저린다면 '당뇨병성 신경병증’ 의심해야

입력
2024.06.09 05:20
수정
2024.06.11 20:3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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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오태정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오태정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손발 감각이 무뎌지고 저린 '당뇨병성 신경병증' 합병증에 노출되기 쉽기에 혈당 조절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오태정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손발 감각이 무뎌지고 저린 '당뇨병성 신경병증' 합병증에 노출되기 쉽기에 혈당 조절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병 환자에게 생기는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오랫동안 고혈당에 노출돼 신경이 손상되고 말초신경 장애가 생긴 것이다. 손발에 장갑을 끼거나 스타킹을 착용한 듯이 저린 느낌이 나타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고혈당·이상지질혈증·흡연·고혈압·비만 등이 위험 인자로 꼽힌다. 혈당을 잘 조절하면 호전될 수 있지만 고혈당이 유지되면 무감각해지고 발을 절단하는 ‘당뇨발’이 될 위험이 3배나 높아진다.

‘당뇨병 전문가’ 오태정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를 만났다. 오 교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병 환자에게 흔한 합병증이자 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기에 위험 인자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란.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손발 감각이 무뎌지고 저린 느낌이 자주 드는 등 말초신경에 장애가 생기는 가장 흔하고 무서운 당뇨병 합병증이다. 크게 말초신경병증과 자율신경병증으로 나뉜다. 말초신경병증은 저림, 찌르는 느낌, 무감각, 통증 극대화, 고·저온 구별 불가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반면 자율신경병증은 기립성 저혈압, 배뇨 이상, 성 기능 장애, 땀 분비 이상 등이 생긴다.

이들 질환은 다른 당뇨병 합병증과 달리 임상 증상이나 검진,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진단해야 하기에 진단이 쉽지 않다. 어떤 기준으로 진단했느냐에 따라 유병률이 크게 달라진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관련 진단명과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사용하는 약 처방을 기준으로 당뇨병 환자 중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병률을 20.8%로 보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2형 당뇨병 코호트 연구에서는 27.8%로 조사됐다. 하지만 증상으로만 진단하면 유병률이 50%로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주의해야 하는 까닭은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통증을 동반하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우울증·수면 장애 외에 직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통증이 생기지 않아도 말초신경 기능이 떨어져 외부 자극에 대한 보호 감각이 떨어지고 족부 외상에 취약해 발가락이나 발을 절단해야 하는 ‘당뇨발’로 악화할 수 있다.

또한 나이 들면서 악화하기 쉽고 만성화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근력이 감소될 수 있어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게다가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이 돌연사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발병 원인을 들자면.

“고혈당에 오래 노출된 당뇨병 환자가 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2형 당뇨병 환자 중 혈당 조절과 관계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도 혈관 합병증이기에 심혈관계 위험 인자가 많다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대표적인 위험 인자로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이다. 이 밖에 산화 스트레스, 당화 산물 축적, 삼투 손상도 위험 인자로 꼽힌다. 따라서 1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잘 조절하면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걸릴 위험을 낮출 수 있고, 2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 외에도 다양한 위험 인자를 관리해야 한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가 해당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외부 자극에 노출돼 족부를 절단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따라서 다른 미세 혈관 합병증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기에 조기 발견해 관리·치료해야 한다.

대표적인 진단법은 미국 미시간대학이 개발한 ‘신경 장애 검사법(Michigan Neuropathy Screening Instrument·MNSI)’이다. 먼저 환자에게 15가지 관련 증상이 있는지 문진한다. 말초신경병증이 의심되면 작은 신경계와 큰 신경계로 구성된 말초신경계를 확인한다. 작은 신경계는 핀 찌르기나 온도 감각 검사를 하며, 큰 신경계는 진동 감각 검사를 시행한다. 족부가 외부 자극을 제대로 느끼는지 확인하는 신경학적 평가인 10g 모노필라멘트 검사도 진행한다. 병 중증도를 확인하거나 다른 질환과 감별할 때는 신경 전도 검사를 하기도 한다.

자율신경 기능 검사는 심장박동 수를 이용한 검사가 대표적이다. 다만 자율신경 기능 검사 전문가와 특수 장비가 필요해 일반 병원에서는 하기 어려워,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이 의심되면 큰 병원을 찾아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목표로 하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따라서 당뇨병처럼 위험 인자를 조절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가장 큰 위험 인자는 혈당이다. 혈당은 높지 않은데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걸린 당뇨병 환자가 있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서 발생한 대사 산물 축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기에 혈당을 최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며, 통증이 생기면 약물 단독 요법이나 병합 요법을 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당뇨병성 신경병증 양성 증상은 발이 나에게 위험을 보내는 신호다. 이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양성 증상은 점차 줄어들고 음성 증상(무감각증)만 남아 결국 족부를 잘라내야 하는 비극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감각이 떨어진 환자가 많아 온찜질을 하다가 화상을 많이 입기에 되도록 삼가야 한다.

아직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없지만, 잘 관리하면 일상생활을 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식습관을 잘 관리해 혈당과 위험 인자를 낮추고, 질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전문의와 상담하고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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