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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는 왜 남들 술 먹이는 걸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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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차르 니콜라이 2세는 러시아 전 지역에서 보드카 판매를 금지했다. 1918년 차르와 황족은 모두 처형됐다. "1914년부터 1917년까지 사람들이 술에 취하지 않다 보니 정부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술 안 먹여서 혁명까지 당하느니, 술 먹여서 1차 대전에서만 지는 게 차라리 나았을까. 그러고 보니 1985년 고르바초프는 금주운동을 시작했다. 이런저런 불만이 나오자 일반 국민과 대담에 나선 그는 "알코올은 삶의 필수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얼마 뒤 공산주의는 무너졌다.
영국 작가 마크 포사이스가 쓴 '주정뱅이 연대기'는 간략하게 정리한 술과 인간의 역사다. 1만 년 전의 괴베클리 테베 유적지에선 맥주 흔적이 나온다. 농업이나 정착 생활 이전 어떤 형태로든 종교가 있었고 그게 맥주와 연관이 있었을 것이다. 괜한 말이 아니다. 맥주를 마신 뒤에야 비로소 인간이 됐다는 신화도 적지 않다. 책 앞부분엔 이런 수준 높은(?) 이야기들이 꽤 있지만, 뒤로 가면서 주제가 주제인 만큼 맥주 두세 잔 걸친 듯한 입담으로 풍자와 유머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술 두세 잔 걸친 영국 작가라면 안줏거리로 러시아를 물고 씹고 뜯어야 하는 법. 차르, 고르바초프에 이어 스탈린도 등장한다. 스탈린의 악명 높은 통치술 중 하나는 저녁마다 부하들을 불러다 술을 먹이고 먹이고 또 먹이는 거였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를 버텨 내고 다음 날 멀쩡하니 출근해야 하는 부하들은 술 마시느라 피곤해서, 술 취해서 본심이 드러날까 봐, 딴생각을 품을 틈조차 없었다.
그러고 보면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조선의 세조 또한 신하들과의 술자리를 엄청 많이 열었다. 오늘날 북한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한국 사례는, 글쎄. 사람 불러다 술 먹이는 데 열과 성을 다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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