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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 1공에 1000억 원 드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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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 발표에 전문가들은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당장 경제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천억 원의 시추 비용이 투입되고, 탈화석연료 기조에 상업성도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석유가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충분히 비용을 투자하고도 그만큼의 경제적 가치가 나오느냐가 중요하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우선 이 정책위원은 정부가 밝힌 시추 성공률 20% 자체는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막상 구멍을 뚫어봤을 때 석유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20%는 굉장히 좋은 확률"이라고 했다. 하지만 매장 형태에 따라 시추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정책위원은 "제일 좋은 것은 모든 기름이 한 덩어리로 예쁘게 모여 있는 경우"라며 "반면 여러 덩어리로 나뉜 채 매장돼 있다면 시추를 할 때 여러 군데를 파야 하고,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시추를 통해 얻는 수익보다 자원 확인을 위한 시추 비용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수심이 60m 정도밖에 안 되는 동해가스전과 달리 포항 영일만은 정부 발표에만 따르더라도 기본적으로 1㎞ 이상 되는 굉장히 깊은 지역"이라며 "시추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동해 심해에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탐사자원량 기준)돼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매장 여부를 알기 위한 시추 작업은 올 연말 시작한다. 심해에 구멍을 뚫는 시추 작업에는 1공에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정부는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을 예정이다. 정부는 개발에 필요한 비용은 정부 예산과 한국석유공사 자금, 해외 투자 등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는 석유·가스 매장 가치가 시추 비용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일 "현시점에서 매장 가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 시총은 약 450조 원 규모다. 정부에 따르면 매장된 석유·가스 가치가 2,000조 원 이상이라는 얘기다.
기후위기로 인해 전 세계 탈화석연료 기조가 강해진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정책위원은 "국제에너지기구는 기후위기로 인해 10년 내 화석연료 성장이 완전히 멈출 거라고 얘기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탈화석연료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장 가치는 향후 석유 판매와 사용량과도 맞물려 있는데, 본격적 상업개발이 가능하다고 하는 2035년에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변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시추 사업에 해외 기업이 얼마나 참여하느냐도 관건이다. 이 정책위원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관련 기술도 필요한 작업인데 국내만의 경험만으로는 부족한 게 많아 보인다"며 해외 기업 참여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실제 시추에 돌입했을 때 해외 기업이 얼마나 이 사업에 참여할지, 지금까지 6-1광구 탐사 사업을 함께 해온 호주 기업도 참여할지 등도 중요한 지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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