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탄소시장의 문제와 기회

입력
2024.06.05 00:00
30면

자발적 탄소시장 물꼬 튼 바이든 행정부
기후테크 검증, 기후행동 촉진 유도할 듯
'지구적 선'과 미래산업 육성의 일거양득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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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기후위기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고, 탄소 감축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자발적 탄소시장 공동정책 성명 및 원칙'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높은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접근 방향을 명시하여 탄소배출권 시장을 강화하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이러한 정책 행보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 감축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크레디트는 탄소배출량 감축을 인증받아 거래할 수 있는 권리다. 이를 거래하는 시장은 규제 시장(CCM)과 자발적 시장(VCM)으로 구분하는데, CCM은 각국 정부나 국제기구가 운영하는 시장을 말한다. VCM은 기업이나 개인이 탄소 감축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비규제 시장이다. 하지만 무결성 및 투명성 부족, 규제 부재, 사회·환경적 피해 등으로 인해 아직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의 품질과 효과 등이 신뢰받지 못하거나 무분별한 거래 등으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사회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와중에 바이든 행정부가 배출권의 무결성, 투명성, 실제성, 검증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성명과 원칙을 발표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앞으로 강력한 측정, 모니터링, 보고 및 검증(MMRV) 기술의 발전으로 배출권의 투명성과 품질 비교 가능성이 개선되어 이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탄소 감축이 주목적인 규제 시장과는 달리 부가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는 기후테크의 시장 검증 기능이다. 각종 기후테크의 탄소감축량을 인증하고 연관된 탄소크레디트의 실적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후테크의 시장 검증이 가능하다. 둘째는 더 많은 기업과 사람들로 하여금 기후행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시장 기능이다. 주식시장이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물론 투자 기회, 유동성 제공, 가격 발견, 자원의 효율적 배분, 정보 제공, 투명성 제고, 리스크 관리 등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처럼 자발적 탄소시장도 기후테크에 관해 이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면 기후산업의 중요한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는 것은 사실이나 최근 들어서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기반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을 리드하려는 정부와 민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디지털 기반의 자발적 탄소시장은 가장 작은 단위에서 탄소 감축 증명 및 실적이 디지털 기반으로 축적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다수의 참여자가 작은 탄소 감축에 참여하고 이를 모아 유의미한 탄소감축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진일보한 자발적 탄소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은 기후테크와 고탄소산업과의 연계도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최적지일 수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나 산업통상자원부도 기후산업 육성 차원에서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를 추진 중이고, SDX재단은 이미 디지털 탄소크레디트를 발행하고 있다.

자발적탄소시장연합회(VCMC), 디지털ESG얼라이언스 등이 결성되는 등 민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와 같은 디지털 기반의 플랫폼을 우리가 선도한다면 아마도 세계적으로도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될 수도 있다. 기후산업의 육성은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가운데 미래산업을 키우는 일거양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총력을 기울여 지구도 살리고 산업도 키우는 지혜가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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