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채상병 사건' 국방부 재배당 전날... 군사비서관-안보실 집중 연락

입력
2024.06.03 18:31
수정
2024.06.03 18:3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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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실 대령-박진희, 13번 연락 오가
사건 재검토 과정 용산 개입 의혹도
신원식, 신범철도 당시 통화목록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인천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인천상륙작전 재연을 지켜보며 당시 이종섭(왼쪽) 국방부 장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인천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인천상륙작전 재연을 지켜보며 당시 이종섭(왼쪽) 국방부 장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해병대원 사망사건 기록을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배당받아 조사에 착수하기 전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관계자와 국방부 장관 군사비서관이 집중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락이 집중된 당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간 통화가 있었던 점에 미루어,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재검토하는 과정에 대통령실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군사법원에 제출된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의 지난해 7월 28일~8월 9일 통신기록에 따르면,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파견 중이던 김모 대령은 지난해 8월 8일 박 전 보좌관과 최소 13차례 연락(통화 10번·문자 3번)을 주고받았다. 김 대령은 이튿날에도 박 전 보좌관과 각각 한 번씩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들의 연락이 집중된 8월 8일은 이 전 장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채모 상병 사망사건을 재배당해 조사하도록 지시하기 전날이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지난해 8월 2일 채 상병 사망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는 수사기록을 경찰에 이첩했으나, 국방부 검찰단은 같은 날 저녁 경찰로부터 이 수사기록을 회수했다. 이후 8월 9일부터 사건 재검토에 착수한 조사본부는 11일간 조사 끝에 장병들에게 수중 수색을 직접 지시한 대대장 2명에게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사람의 통화가 재배당 직전 집중된 건, 대통령실이 조사본부 재검토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김 대령이 지난해 8월 8일 오후 2시 33분~3시 31분 박 전 보좌관과 4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직후, 박 전 보좌관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와 24초간 통화했다. 이후 김 대령과 같은 날 오후 4시23분부터 30분 동안 7차례 통화를 주고받은 직후, 박 전 보좌관은 다시 박 전 직무대리와 29초간 통화했다. 대통령실이 조사본부 재검토 과정에 개입했을 것이라고 박 대령 측이 의심하는 이유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당시 국민의힘 의원)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도 이 전 장관과 연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장관은 지난해 7월 28일~8월 9일 이 전 장관과 총 21차례(통화 18번·문자 3번) 연락을 주고받았고, 특히 지난해 8월 4일에는 이 전 장관과 7분, 5분, 9분씩 세 차례 통화를 하는 등 통화시간도 짧지 않았다. 신 전 차관 역시 같은 기간 이 전 장관 및 박 전 보좌관과 총 18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박준규 기자
최동순 기자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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