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 오해와 이해 사이

입력
2024.06.01 04:30
19면

커피

편집자주

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 음식ㆍ커피ㆍ음악ㆍ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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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로스터를 점검하기 위해 남쪽 소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도시라기보다 읍내 같은 규모였지만 주변에 전통시장이 있어서 활기가 넘쳤다. 카페에 들어가 잠시 앉아있으려니,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중년 여성 넷이 들어와 부산스레 테이블을 붙이며 뭘 마실 건지 논의했다. "내는 맨 마시던 거로 할 긴데, 니는?" "내는 카페인 없는 거." "그럼 내도 카페인 없는 라테 같은 거로."

이제 웬만한 카페라면 기본 메뉴로 갖춘 디카페인 커피. 그 디카페인 커피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기사로 최근 떠들썩했다. 처음 나온 말도 아닌데, 웬일인지 이번 기사는 한동안 포털을 떠다니며 풍문을 키워냈다. 요점인즉 카페인 제거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사용되며 이게 커피 안에 잔류한다는 내용이었다.

커피(생두)에서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은 1906년 독일의 한 회사가 발명한 이래 계속 발전해왔다. 현재 사용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화학 용매 추출법(아세트산에틸이나 염화메틸렌 용매를 사용해 제거)과 물 처리법, 이산화탄소 처리법이 그것이다. 이 중 물 처리법이나 고압 상태 이산화탄소로 카페인을 추출하는 방법은 화학물질과 아예 관련이 없다. 문제는 화학 용매 추출법에서 커피에 발암물질이 잔류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현재 식품안전법은 그 양을 매우 낮게 유지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인체에 거의 무해한 수준이다. 게다가 디카페인 커피 역시 일반 커피처럼 항산화 물질을 함유해 당뇨, 심혈관 질환, 일부 암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니, 카페인에 취약한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음료인 셈이다. 맛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품질 개선이 가파르게 이어져 요즘 디카페인 커피는 미각을 충족시키기에도 손색이 없는 음료라고 나는 생각한다.

고기를 구울 때, 건강을 염려해 탄 부분을 잘라내고 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따지자면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은 고기 구울 때 나는 연기에는 물론 음식 대부분에 존재한다. 하여, 전문가들은 말한다. 탄 고기의 유해성보다 음식점에서 먹고 즐기는 동안 마셔대는 술과 연기의 해가 곱절은 크다고. 건강염려증으로 조바심 내는 대신 자연이 우리에게 준 음식을 골고루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라고.

옆 테이블 여인들이 주문한 디카페인 커피가 나왔다. 깔깔거리며 커피를 즐기는 그녀들을 보며 배시시 웃는데, 카페 사장님이 다가와 이유를 물었다. "이 동네 주민들 너무 멋져서요." 이곳은 울산광역시 언양. 시장 앞 로스터리 카페에서 마주한 풍경이다.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와이로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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