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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있는 아들 데려오고 싶다" 울분... '얼차려 사망 훈련병' 눈물의 영결식

입력
2024.05.30 18:40
수정
2024.05.3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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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열흘도 안 됐는데 말 안 되는 일"
강원경찰청, 연병장 CCTV 등 확보

얼차려를 받다가 쓰러져 숨진 육군 훈련병의 영결식이 30일 오전 전남 나주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얼차려를 받다가 쓰러져 숨진 육군 훈련병의 영결식이 30일 오전 전남 나주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군기훈련(얼차려)받다 쓰러져 이틀 만에 숨진 훈련병의 영결식이 30일 엄수됐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얼차려 당시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동료 훈련병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고향에서 영결식... "배려 깊은 모습 영원히 기억"

이날 오전 순직 훈련병의 고향인 전남 나주에서 엄수된 영결식에는 조우제 육군 12사단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와 유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고인의 친구는 조사를 통해 "환하게 웃는 친구의 모습을 더는 보지 못해 가슴 아프다"며 "배려 깊고 친절했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군복을 입은 친구는 고인에게 거수경례로 작별 인사를 전했다.

조 사단장은 추도사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눈물로 보낼 수밖에 없는 가족과, 행복한 추억을 간직한 친구들에게 군 장병들의 마음을 모아 깊이 애도한다"고 말했다.

추도사와 헌화가 이뤄지는 동안 유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순직 군인에 대한 예우로 총성이 울리고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유가족들은 관을 붙잡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영결식장을 떠난 고인은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영면한다.

"애들을 맡길 수나 있겠냐" 군인 가족들 분노

군 위문 홈페이지 '더캠프'에 본인을 육군12사단 훈련병의 아버지라고 밝힌 작성자의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군 위문 홈페이지 '더캠프'에 본인을 육군12사단 훈련병의 아버지라고 밝힌 작성자의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순직 훈련병이 가혹행위에 가까운 얼차려를 받았다는 정황이 알려지면서 훈련병 부모들은 애도와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군 위문 홈페이지 '더캠프'에는 아들이 육군에 복무 중이라는 한 작성자가 "극히 일부겠지만 지위를 이용해 병사들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당하게) 대하고 자신의 화풀이 대상으로 삼거나 놀잇감처럼 생각하는 간부도 있는 것 같다"며 "그런 간부들이 있다면 어떻게 부모들이 믿고 아이를 군에 보낼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서 아이를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본인을 (숨진 훈련병과 같은) 12사단 6명 중 한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우리 아들은 화장실 가려고 침대에서 꿈틀대다가 걸려서 무작정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차려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너희가 뭔데 우리 아들들한테 함부로 하지 마라. 마음 같아서는 진짜 다 죽여버리고 싶다"며 "들어간 지 10일도 안 된 애들한테 할 짓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또 "국가는 인구 감소라는 소리 마라. 어린이집부터 군대까지 어디다 애들을 맡길 수 있겠냐"고 분노했다.

본인을 12사단 훈련병의 형제라고 밝힌 또 다른 글쓴이는 "(동생이) 입대하고 2주도, 아니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너무도 화가 나며 소식을 들은 날부터 걱정과 슬픔의 연속"이라고 했다. 그는 "왜 훈련병이 그렇게 죽었어야 하느냐"며 "도대체 입대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은 훈련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고 호소했다.

다른 군인 가족들도 "부모로서 요즘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 (아들을) 집에 데려오고 싶다"고 토로했다.

경찰 CCTV 확보...인권위 현장 조사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이틀 만에 숨진 훈련병의 영결식이 30일 오전 전남 나주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나주=뉴스1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이틀 만에 숨진 훈련병의 영결식이 30일 오전 전남 나주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나주=뉴스1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육군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중대장과 부중대장의 업무상과실치사 및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훈련병 사망 사건 수사전담팀은 전날 12사단 신병교육대를 찾아 현장을 확인하고 숨진 훈련병과 함께 얼차려를 받은 동료 훈련병 5명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했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에 앞서 진행한 현장 확인에서 연병장 등 부대 내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했다. 경찰은 CCTV에 나온 내용과 훈련병들의 진술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숨진 훈련병에 대한 부대 응급처치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병원 이송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여부 등도 살피고 있다.

인권위도 육군이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해 진행한 민·군 합동조사 등에 인권위가 입회하는 방식으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인권위는 현장 조사 보고서에 기반해 다음 달 4일 군인권소위원회를 열고 사안을 심의해 직권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인권 침해나 차별 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면 별도의 진정 없이도 인권위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

고인은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 인제군의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져 병원으로 응급 후송됐지만 25일 오후 숨졌다. 군 당국의 부검 결과 고인에게서는 횡문근(橫紋筋)융해증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 이는 무리한 운동 등으로 근육이 손상되는 증상이다. 순직 훈련병은 24kg에 달하는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와 선착순 달리기, 팔굽혀펴기 등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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