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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 초동수사 軍이 주도... '채상병 사건'처럼 외압 의혹 빌미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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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모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이어 육군 훈련병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 의혹이 이어지면서, 군 내 사망 사건의 민간경찰 이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군 사망 사건은 군사법원의 관할권이 없어 군사경찰(헌병)이 아닌 일반경찰이 수사를 해야 하는데, 채 상병 사건에서 보듯 군이 사실상 '수사적 판단'을 내린 뒤 경찰에 사건을 넘긴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의 특성상 군 수사기관 판단에 상부의 외압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군 사망 사건의 경우 군 수사기관의 개입을 지금보다 더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논란을 이해하려면 일단 현행 군사법원법 규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과거엔 군인이 범한 모든 범죄는 군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군사법원이 판결했다. 그러나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에서 군 수사기관의 은폐 의혹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왔고, 급기야 2021년 8월 군 내의 △성범죄 △사망 또는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 △입대 전 저지른 범죄는 민간법원이 담당하도록 군사법원법이 개정됐다. 당연히 수사권은 군사경찰에서 경찰로 넘어갔다. 이번 순직 훈련병 사건에서도 군 당국은 훈련을 지시한 중대장 등 간부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가 있다고 판단, 28일 사건을 강원경찰청에 넘겼다.
문제는 수사·재판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갔음에도, 여전히 군이 사건에 개입할 여지가 꽤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사건이 터지고, 외부에 알려진 다음, 여론이 나빠지기 전까지의 단계에서는 여전히 군이 초동 수사권을 쥐고 있어 군 당국의 개입이 가능하다. 지난해 실종자 수색 현장에서 사망한 해병대원 사건에서도 국방부 조사본부는 해병대수사단이 경찰에 넘긴 결론을 자체 재조사로 뒤집고, 혐의자 8명 중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6명을 빼면서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2021년 당시 군사법원법을 고칠 때 '군의 고질적인 수사무마 관행이나 사법권 침해의 폐해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채 상병 사건에서 그 바람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법 개정 당시 수사권을 군 밖으로 넘겨주는 선에서 타협했지만, 군 당국이 이첩 절차 중에 개입할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했던 셈”이라고 꼬집었다.
수사 주체가 군에서 경찰로 넘어가는 경우, ‘후발 수사주체’인 경찰이 주도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기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무법인 법승의 문필성 변호사는 “초동 수사를 하는 군사경찰(옛 헌병)이 외부 수사기관으로 사건을 이첩할 때 사건 경위 및 혐의를 적시한 ’인지 통보서’를 작성해 전달한다”며 “관할을 넘겨받은 군 외부기관(경찰 등)으로선 처음 설정된 방향이나 혐의를 뒤집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경찰 관계자도 “사망자의 사체와 현장을 조사하는 검시(檢屍)가 군 검사 관할이기 때문에 범죄 혐의점을 밝히는 초기 과정에 (군 외부기관의) 관여가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초동 수사에 접근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또 있다. 군 범죄를 주로 다루는 한 형사 변호사도 “초동수사 기간이 길어지면 추후 이첩 받은 수사기관이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의 이첩이 신속히 이뤄진 것은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쟁 중 범죄나 국방 보안 사안은 군 검사와 군사경찰이 맡되, 일반적인 사망 사건에 대해선 외부 수사기관이 전담하거나 개입 시점을 앞당기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 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규엽 상지대 경찰법학과 교수는 “범죄 혐의가 인지되는 즉시 군과 민간 경찰과 합동으로 초동수사를 하거나, 이첩을 독촉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면 증거 오염이나 은폐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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