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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종섭, 채 상병 이첩 당일 3회 통화... 공수처 조사 불가피

입력
2024.05.28 21:53
수정
2024.05.29 02:4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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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이 경찰에 자료 이첩하던 당일
50분간 우즈벡 간 이종섭과 3회 통화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기록이 경찰에 이첩되던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 통화한 정황이 확인됐다. 두 사람이 통화한 시간을 확인했더니 두 번째와 세 번째 통화 사이에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보직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사에 가해진 외압 의혹을 확인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불가피하게 △두 사람 간에 오간 대화 내용 △이 대화가 외압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박정훈 대령의 항명죄 재판과 관련해 중앙군사법원에 제출된 통신사실조회회신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①지난해 8월 2일 낮 12시 7분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인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발신번호는 윤 대통령이 검찰에 있을 때부터 사용하던 휴대폰 전화번호였다. 약 4분의 첫 통화를 마치고 30여 분이 지난 ②낮 12시 43분, 두 사람은 약 14분간 다시 통화했다. 그리고 두 번째 통화가 끝난 뒤 30초가 지난 ③낮 12시 57분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50초간 통화했다. 두 번째 전화와 세 번째 전화 사이인 낮 12시 45분, 박 대령은 보직 해임 통보를 받았다.

약 50분에 걸쳐 세 차례의 통화가 이뤄진 것인데, 이 때 박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수사 결과 기록을 이첩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급박하게 연락이 오갔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이 넘긴 것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된 자료였다.

윤 대통령은 엿새 뒤인 8월 8일에도 오전 7시 55분 같은 휴대폰으로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약 30초간 통화했다. 다음날 이 전 장관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경찰에서 회수해 온 채 상병 사건 기록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통화 내용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통화 시점 상 국방부 의사결정 과정에 윤 대통령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더 짙게 하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 54분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유선전화(02-800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 168초간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실 회의가 종료된 무렵으로, 이른바 'VIP(대통령) 격노설'의 단초가 된 회의다.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 발표가 취소되기 직전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이 전 장관은 24일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다"며 "대통령을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조치 의견에서) 빼라'는 말을 듣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았냐"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 건과 관련해서 통화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이 국회에서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의혹 제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두 사람이 다른 사안을 두고 대화를 했을 수도 있지만, 당시 통화 시점을 고려하면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낮아 보인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앞서 인사청문회장에서 윤 대통령 수사 가능성에 대해 "일반론적으로 동의한다"는 원론적 의견만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사이 통화 내역이 나오면서, 대화 내용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윤 대통령을 상대로 경위 확인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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