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현충일 메시지서 "독재와 싸워 민주주의 지켜야"… 트럼프 겨냥

대선 앞두고 '민주 대 독재' 구도 부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현충일인 27일 버지니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메모리얼 데이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버지니아=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현충일인 27일(현지시간) 메모리얼 데이 기념사에서 '독재'와 '민주주의'를 언급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민주 대 독재' 구도를 재차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모든 세대는 독재와 민주주의의 전장에서 싸워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정부 체제 이상이다. 이것은 미국의 영혼"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에서 숨진 희생자들을 기리며 "우리는 이 모든 전쟁을 우리와 타인의 자유를 위해 싸워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 기회와 평등에 기반한 미래를 위해 싸웠던 그날을 기억하고 다시 한번 함께 모여 미래를 되새기기 위해 모였다"면서 "미국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창조됐고 평생 평등하게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는 이념에 기반한 유일한 나라"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현충일 메시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같은 날 낸 선동적 메시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에서 "한 때 위대한 나라를 파괴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인간쓰레기와 나를 싫어하는 급진 좌파 판사에게 현충일을 축하한다"고 썼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담당 판사가 자신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대선 리턴매치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1·6 의회 난입 사태' 선동, 대선 결과 불복 등을 반민주주의로 공격해 왔다. 그는 지난 25일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축사에서도 독재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라는 졸업생들의 2020년 공개 서한을 소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