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에도 전일에 이어 연거푸 “여당 안에 대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테니 연금개혁을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부정적 반응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연금개혁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꼼수 정치”라고 비난했고, 당권주자인 나경원 당선자는 “국민 상대로 거짓말”, 유승민 전 의원은 “얕은 속임수”라고 밝혔다.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돌발 제안을 한 것에 대해 연금개혁 무산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리려는 의도로 의심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국회 연금개혁 특위가 이미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3%로 올리는 데 합의해 큰 고비를 넘은 상황이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놓고 여당은 43%, 민주당은 45%로 이견을 보이는 정도다. 이 역시 여당이 44%로 양보 안을 내놓았으며, 이 대표가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혀 합의 통과 가능성이 높다. 여당이 주장하는 연금 구조개혁도 순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22대 국회에서 한번에 처리하자는 건 힘들게 이룬 합의를 원점으로 돌리려는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연금개혁은 내야 할 보험료를 높여야 하는 것이어서, 일정 부분 여론 비판을 각오해야 한다. 이전 정부가 개혁 필요성은 동의하면서도 추진은 외면한 이유다. 그런데 야당 제안으로 연금개혁이 성사되는 모양새가 되면 정부·여당으로서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 처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불리함을 무릅쓰고서 정부·여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 계기가 될 수 있다. 여당 일각과 보수층에서도 수용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기회를 외면하면,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하고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연금개혁이 5년 지체될 경우 약 260조 원, 매년 52조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야당 제안이 정략적이더라도, 협상조차 거부하는 것은 더 무책임한 정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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