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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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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지랄. 욕인가, 예사말인가? 충청도가 고향이고 강원도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나에겐 친근한 말이다. 충청도 친구들과 만나면 짓궂은 친구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지랄 마~” 장난치지 말라는 소리다. 강원도 친구 모임에 가도 누군가 실없는 농담을 하면 입이라도 맞춘 듯 한목소리로 말한다. “지랄한다, 지랄해~”
한글 창제 과정을 그린 텔레비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는 “지랄”로 시작해 “지랄”로 끝났다. 백성의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이 명분에만 젖어 한글 창제에 반대하는 사대부들을 향해 세종은 늘 시원하게 한마디 날렸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역사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던 건 “지랄”을 입에 달고 살았던 친근한 임금 덕이었다. 백성을 살리는 군주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세종이 민중 속으로 들어가 배운 첫 단어가 ‘지랄’이어서 그 의미가 컸다. 지랄은 임금과 백성의 소통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지랄은 오랜 세월 우리 삶과 함께해왔다. 속담에도 지랄이 등장하는 이유다. “하던 지랄도 멍석 펴 놓으면 안 한다.” 잘하던 일도 더욱 잘하라고 떠받들어 주면 안 한다는 뜻이다. “지랄 발광 네굽질”은 미친 듯이 몹시 야단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어질병이 지랄병 된다.” 작은 병을 그냥 두면 점점 커져서 고치기 어려운 큰 병이 된다는 경고다.
지랄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봐야겠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간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도 알려준다. 간질(뇌전증)에 걸려서 발작하는 증세가 지랄이다. 뜻이 넓어져 충청 강원 전라 경상도 등지에선 친근한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어도 말의 기원을 따져 본다면 질병임에 틀림없다.
서울 사람한테 지랄은 욕이다. 지랄에 염병(장티푸스)이 더해진 “지랄 염병하네”, 지랄에 발광(정신질환에 따른 격한 행동)이 겹친 “지랄 발광하네”는 욕 중에서도 아주 나쁜 욕이다. 지방마다 의미가 다른 지랄. 얼굴 붉히며 싸우는 일이 없도록 잘 살펴 써야 한다.
“욕을 먹고 살아야 오래 산다”는 속담이 있다. 그렇다면 욕을 밥 먹듯이 먹는 기자가 가장 오래 살까? 직업군별 평균수명 조사 결과를 보니 67세로 가장 짧다. 종교인(80세)보다 무려 13년이나 먼저 세상을 뜬다. 남에게 욕을 먹었을 때 위로하거나 스스로 참고 웃어넘길 때 어울리는 속담이란다. 오래오래 살겠다고 부정부패, 거짓말 등 못된 짓만 일삼는 ○○님, 그 꿈을 접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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