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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계속 끌어안느냐, 내치고 가느냐... 갈림길 앞둔 정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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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이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굳어졌는데도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아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엄정한 법 집행을 단행한다면 의료 공백이 계속되고 전문의 공급이 끊겨 속도를 내야 할 의료개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반면 법의 무관용 원칙과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하면 퇴로를 열어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딜레마 속에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감수할 것인지 정부가 선택을 내려야 할 시기도 점차 다가오고 있다.
22일 의료계 안팎에 따르면 정부의 고민이 단적으로 엿보이는 대목은 의사면허 정지 행정처분 유예다. 지난 2월 말 집단행동에 대해 "기계적 법 집행"을 천명한 정부는 22대 국회의원선거가 임박한 3월 말 '유연한 처리'로 선회한 뒤 현재까지 행정처분을 미루고 있다. 이날도 행정처분 정도와 시기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행정처분 지연은 전문의 자격 취득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령인 '전문의수련규정'에 따르면 미수련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한 전공의는 규정된 기한 내 추가 수련을 마칠 수 없어 내년 초 실시되는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가 불가능하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19, 20일 수련병원에서 이탈해 이달 20일로 이미 미수련 기간 3개월을 넘겼지만 정부는 휴가, 병가 등 불가피한 사유를 소명하면 수련 예외를 인정해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주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누누이 예고한 대로 면허 정지를 단행할 경우, 3개월 정지 기간을 1개월까지 단축하더라도 행정처분과 동시에 전문의 시험은 물 건너간다. 의사면허가 정지되면 수련이 불가능해 그만큼 미수련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문의 시험을 앞둔 올해 레지던트 4년 차(일부 과목 3년 차)는 2,910명이고 절반 가까이가 필수의료 과목이다. 전문의 배출이 대폭 줄어들면 정부가 추진하려는 필수의료 강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공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의대 교수들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 병원들은 망하며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이라고 연일 경고하고 있다.
의대 증원은 10년을 내다본 의료개혁의 수단인데, 선후가 바뀌어 전공의 미복귀로 인해 당장의 의료 공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불가피한 수련 공백 사유 인정,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방안 등을 연이어 제시하고 집단행동이 아닌 전공의 개개인의 합리적 판단에 따른 복귀를 촉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정부 역시 전공의 미복귀로 인한 전문의 배출 지연이 의사 양성 시스템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전공의 복귀가 의료 정상화의 시작인 것은 분명해도 '집단행동=엄정 처벌' 기조를 뒤집을 수는 없어 정부는 복귀자와 미복귀자에 대해 각각 다른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행정처분은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고수하는 전공의들이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기에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추진 과정을 감안하면 의대 증원에 쐐기를 박는 이달 말 대학별 2025학년도 모집 요강 발표, 의사들이 제기한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온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행정처분 시행은 비상진료체계 장기화로 이어진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도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고심이 묻어났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집단 이탈은 불법이기 때문에 행정처분이나 법적 책임이 뒤따르게 된다"면서도 "이탈 기간이 3개월을 넘었어도 조속히 복귀하면 추가로 (선처를) 검토할 용의가 있고 개인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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