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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와 참꼰대, 무한루프 탈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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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그러니까 ‘꼰대질 사절’ 메시지가 결과적으로 순도 100% 고농축 꼰대들만 깔끔하게 남겨놓고 정작 듣고 싶은 이야기들은 싹 걸러버리는 바람에, 애초에 박멸하고자 했던 꼰대질‘만’ 계속 듣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김혼비 작가가 2019년 8월 칼럼 '꼰대질 사절에서 꼰대질 환영으로'(경향신문)에 써둔 말이다. 꼰대 지옥에서 벗어나려 '꼰대 사절'을 외치고 다녔더니 그나마 들을 만한 말을 하던 남자들은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리고, 나는 그런 꼰대가 아니라고 확신하는 전형적인 고농축 꼰대들만 떠들어대는 지옥도가 펼쳐졌단 얘기다. 앞서간 위대한 지성들은 이미 오래전 이 사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뒀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몇 년 지났으니 '그래도 나 정도는 괜찮지 않아' 싶은 사람들의 입을 풀어줘야 할 필요성 같은 게 슬슬 생겨나는 모양이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칼럼 '참으로 어렵구나 참꼰대 노릇 하기'(중앙일보)에서 이렇게 말했다. "참꼰대가 없으면 젊은 세대는 자신을 점검할 기회를 잃고, 예리한 비판의 날이 무디어지고, 어느 날 정신 차려 보면 그 자신 꼰대가 되어 있지 않겠나. 꼰대의 재생산을 막기 위하여 참꼰대가 필요하다."
고개를 끄덕이려다 이 칼럼이 '아재'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걸 보니 그만 멈추게 된다. '참꼰대라 믿는 고농축 꼰대'가 활개칠까 봐. 꼰대와 참꼰대의 무한루프다.
거울 앞에 선 중년들이여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 참꼰대는, 혹시 나니?' 같은 답정너 질문은 이제 그만하자. 꼰대와 참꼰대의 무한루프를 벗어나 자신의 내면부터 갈고닦자. 소설가 장강명은 지난해 쓴 '흥미로운 중년이 되기 위하여'(중앙일보) 칼럼에서 독서가 그 분야 최고의 광택제라 했다. 마침 책 읽기 너무 좋은 나날들이다. 입 꽉 다물자. 아직 턱에서 힘 빠질 나이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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