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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과 공존이 배제된 통일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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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반도 남서부 예멘이 1839년 영국의 남예멘 점령으로 분단된 지 약 150년 만인 1990년 5월 22일 통일됐다. 독일 통일보다 5개월여 앞선, 냉전 종식이 이룬 역사의 진전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의 예멘은 북예멘에 근거지를 둔 후티 반군과의 오랜 내전과 테러로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 산유국이면서도 아랍권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통일을 절대적 가치로 여겨 관용과 번영, 휴머니즘적 공존의 가치를 등한시한 민족주의자들의 섣부른 결정이 부른 비극이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홍해 연안 국가 예멘은 16세기 이래 오스만튀르크의 지배를 받다 19세기 영국이 남부 항구도시 아덴만을 점령하면서 남북으로 분단됐다. 북예멘은 1차대전에서 튀르키예가 패배한 뒤 군사혁명을 거쳐 1962년 우파 예멘아랍공화국이 됐고 남예멘은 구소련의 지원을 받은 좌파 권력에 의해 67년 사회주의 인민공화국이 수립됐다. 남북은 냉전시대 여러 차례 무력 분쟁을 겪었고, 북예멘 대통령과 남예멘 특사가 암살되는 등 희생을 치르면서도 통일 논의를 병행했다. 양국 정상은 89년 통일헌법에 서명하고 이듬해 예멘 공화국 출범을 선포했다.
하지만 자본주의-사회주의 체제로 분단된 사이 벌어진 남북의 경제적 격차는 원유 수입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벌어져 있었고 북예멘의 시아파와 남예멘 수니파의 갈등도 만만찮았다. 그 갈등은 통일 후에도 해소되지 않았고 독자적인 군대를 보유하던 양측은 군사적으로도 자주 충돌, 아랍권 중재 등으로 휴전하곤 했다. 2011년 아랍의 봄 사태 이후 권력이 남예멘 수니파에 이양되자 사태는 급변했다. 북예멘 후티 반군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전투와 테러를 거듭하고 있고, 근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에도 개입하는 등 중동 평화의 또 하나의 급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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