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기업이 인공지능(AI) 분야에 막대한 투자와 함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공조하는 동안 한국은 제도 정비조차 못 한 채 좀처럼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데이터센터 분산,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 개발 등 고도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을 위한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을 수립하고, 정부 내 전문가가 참석하는 ‘AI전략회의’와 관계 부처 합동 ‘AI전략팀’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다. 최근 네이버와 라인야후 경영권 갈등 논란을 빚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생성형 AI 개발 작업에 474억 엔(약 4,10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일본 정부의 올해 AI 개발을 위한 기업 지원액이 1,180억 엔(약 1조 원)에 달한다. 지난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 인프라 아시아 거점을 일본으로 정하고 29억 달러(약 4조 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일본 정부 노력이 거둔 성과다.
반면 한국의 AI 기술 경쟁력은 세계 주요국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AI 기반 기술인 머신러닝의 경우 미국이 지난해 61개, 중국이 15개를 개발하는 동안 한국은 1개에 그쳐 세계 10위권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와 국회가 AI 연구의 지침이 될 AI 기본법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해, 머신러닝 원재료인 데이터 활용이 제약받는 등 관련 제도가 제때 마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AI 관련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문제가 생기자 정부가 그 분야 지원에 몰두하는 동안 AI 인프라 구축 노력은 뒷전에 밀려났다. AI 개발에 필수적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품귀 현상을 빚자, 일본 정부가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동안 한국 정부는 고성능 컴퓨터 자원 지원 사업을 축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 혼자 빅테크에 맞서 AI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힘에 벅차다. 네이버가 황금알을 낳는 라인 매각을 고민하는 것에는 이런 정부의 정책 부재도 주요 이유가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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