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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각 결정 판사, 승진 회유당해" 막말까지... 판결에도 승복 않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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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을 멈춰 달라는 의사·의대생의 가처분신청을 항고심 법원마저 물리치자, 의료계가 법원 결정을 부정하며 집단행동을 고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대 증원이 오히려 공공복리를 위협한다"며 법원 판단 논리를 반박하는가 하면,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재판부 부장판사가 정부에 회유됐다며 사실무근의 공격을 가했다. 이를 두고 정부 의료개혁 정책을 막을 결정적 수단이 마땅찮은 의사계가 법원 판결을 통한 상황 반전에 과도한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의협은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의대 증원은 공공복리를 오히려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며 "증원 때문에 필수의료 현장의 인력은 외려 줄어들게 된다"고 주장했다. 성명에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대한의학회가 동참했다.
'의대 증원은 공공복리 훼손'이라는 주장은 항고심 재판부의 결정 논리를 정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전날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구회근)는 의대생·교수·전공의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하면서 "의대생의 경우 의대 증원으로 인해 교육의 질이 하락하는 등 손해가 예상되지만, 증원을 멈추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의대 증원은 공공복리 증진에 필요한 것은 물론 의대생이 볼 피해보다 중요하다는 논리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법원이 '공공복리'를 위해 기각했지만 의대 증원이 현실화하면 향후 몇 년간 공공복리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별다른 근거도 내놓지 않은 채 구회근 부장판사가 정부에 회유당했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제 판결로 정부 측이 졌다면 파문이 크지 않았겠나"라며 "구회근 판사에게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의대 교수 다수에게서 나온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사단체 반응을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사들이 정부를 압박할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증거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공의 이탈에 이어 교수들이 집단휴진 선언을 했지만 참여율은 높지 않았다. 개원의까지 망라한 의협 차원의 의사 총파업 카드가 남아 있지만, 4년 전 전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맞서 총파업을 단행했을 때 개원의 참여율을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의사들은 다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인용 결정을 얻어낼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의사 측을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전날 재판부가 의대생은 신청인 자격이 있다고 인정한 것을 두고 "남은 6개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는 32개 대학 의대생이 모여 있다"며 "다음 소송이 32배 더 중요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인용 결정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김성주 의료전문변호사는 "공공복리를 중요시한 항고심 판결에 비춰볼 때 남은 신청 사건도 의사들이 이기긴 어려울 것"이라며 "의사들은 말이 안 되는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법원이 공익적 측면을 무시하는 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의료계는 집단행동 동력 유지에도 부심하는 모습이다. 수련병원 이탈 전공의들이 내년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복귀해야 하는 기한이 오는 20일로 다가온 가운데, 의협은 전공의 생계지원 절차를 간소화하며 미복귀 전공의 단속에 나섰다. 의협은 이날 "기존에는 임현택 회장이 지원을 신청한 전공의들을 직접 면담하는 절차를 뒀지만, 앞으로는 온라인 신청을 접수해 본인 확인 등 관련 증빙자료가 확인되면 즉각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대 증원이 확정될 경우 일주일간 휴진하겠다고 예고한 전의비는 23일 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전의비 관계자는 "의대 증원 확정 시점은 이번 항고심 결정이 아니라 각 대학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반영한 올해 대입 전형계획을 공시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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