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 공수처장 후보

입력
2024.05.18 00:01
19면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가 17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이마의 땀을 닦고 있다. 고영권 기자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가 17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이마의 땀을 닦고 있다. 고영권 기자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그간 논란이 된 ‘아빠 찬스’와 ‘남편 찬스’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점에 대해 송구하다”는 답변을 수십 차례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위법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자료 제출 요구에는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확실한 비전 제시도 없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장녀 오모씨의 부동산 저가 매입과 관련 편법 절세의 부도덕성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오씨는 스무 살 때 어머니 소유 경기 성남 건물과 땅을 당시 시세보다 2억 원가량 저렴한 4억2,000만 원에 매입했다. 매입자금 중 3억 원은 오 후보자가 대줬고 나머지 1억2,000만 원은 오씨 이름으로 대출을 받았다. 매매거래 직전 세대분리를 통해 취득세도 아꼈고, 세대주 요건을 갖추기 위해 로펌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선해줬다.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편법이란 편법은 총동원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법꾸라지, 법기술자”라고 했다.

자신이 근무하던 로펌에 배우자 김모씨를 전담 운전기사로 채용한 ‘남편 찬스’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씨는 2021년 1월부터 오 후보자가 근무하던 법무법인 금성에서 5년간 실장 직함으로 차량 운전 및 외근 업무를 지원하며 2억8,400여만 원을 급여로 받았다. 국민의힘에서조차 배우자를 위장 취업시켜 오 후보자 급여 일부를 아내에게 줘 절세를 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나왔다. 배우자가 실제 운전기사로 근무했다면 출퇴근기록부, 주유기록 등이 있어야 하지만 증빙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2기 공수처는 3년을 빈손으로 마무리하며 ‘식물 공수처’ 오명을 쓴 1기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당장 대통령실 몸통 의혹이 짙어지는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이라는 엄중한 책무가 있다. 오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내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질문에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의 말마따나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도덕성에 제대로 된 비전 제시도 없는 이가 이런 엄중한 시기에 공수처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