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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재등판론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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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이슈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다. 총선이 한 달 남짓 지났을 뿐인데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패장의 재등판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다. 오비이락인지 모르겠으나 팬클럽 게시판에 비공개 행보 중인 한 전 위원장의 목격담이 줄을 이으면서 측근들까지 복귀 기대를 키우고 있다. 당권 경쟁자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지면서 정작 총선에 대한 성찰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보수정당의 '총선 3연패'라는 역사적 참패가 우연의 결과가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한 전 위원장의 조기 복귀를 재촉하는 가장 큰 요인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총선 패배에 책임이 가장 큰 윤 대통령은 여야 영수회담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변화에 나서는 듯했다. 그러나 총선 민의였던 국정운영 기조 변화에 선을 그었고, 김건희 여사 수사 지휘라인을 전원 교체했다. 검찰에서 '윤가근 한가원'(윤석열과 가까워야 하고 한동훈과는 멀어야 한다)이 현실화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검찰 내 '20년 지기'였던 두 사람이 멀어진 계기는 김 여사 명품 백 대응이었다. 총선 민심에 역행하는 이번 검찰 인사는 한 전 위원장에게 '피해자 서사'까지 만들어준 셈이다.
국민의힘의 만성적 무기력증도 한 전 위원장에게 복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총선 참패 후 '수직적 당정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느 순간 사라졌다. 당을 수습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당위에 솔선수범하는 원로와 중진도 없었다. 그 결과는 총선 민심과 정반대인 도로 '친윤'으로 채워진 비대위와 원내대표였다. 3040 낙선자들의 반성문에도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용산에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는 결기는 찾을 수 없었다
혁신에 오불관언인 용산과 여당에 국민의힘 지지층도 조급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1극 체제'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반면, 윤 대통령은 변할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야당에 맞설 마땅한 여당 인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대야 투쟁력을 발휘한 한 전 위원장이 서둘러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한 전 위원장 지지율이 48%를 기록(뉴시스·에이스리서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의 뉴노멀이 된 정치팬덤과 여야 간 적대적 공생관계도 한 전 위원장의 등판을 부추기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기간 야당에 대한 적대적 언행으로 확고한 팬덤을 구축했다. 한 전 위원장 지지층에선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이 패착이었다'는 당내 평가조차 음모론으로 해석한다. 이들에게는 한 전 위원장의 한계보다 거대 야당을 대차게 조롱하고 비판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재명과 조국 팬덤을 보유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도 한 전 위원장의 조기 등판을 계기 삼아 지지층을 결집해 두 정당이 예고한 검찰 개혁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는 전적으로 그의 결심에 달려 있다. 그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정교하고 박력 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며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썼다. 총선에서 입증하지 못한 리더십을 갖추고 돌아오겠다는 뜻일 것이다. 만약 한 전 위원장이 정치 복귀 결심을 한다면 시대정신과 정치 철학 등과 관련해 충분한 공부와 성찰을 했는지부터 자문해봐야 한다. 정교한 리더십이나 권력에 대한 철학은 한 달짜리 속성 공부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 철학이 빈곤한 지도자로 인한 폐해는 지금도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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