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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에도 트렌드가 있다

입력
2024.05.17 04:30
27면

중국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지난해 11월 15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첫 번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지난해 11월 15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첫 번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 연합뉴스

패션에 트렌드가 있듯이 외교에도 트렌드가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 시기의 외교 트렌드는 '상황 관리'다. 국가 간 위기와 갈등 상황을 관리하기 위함이다. 갈등 국면 속에서도 소통과 대화가 지속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대화는 일방적인 양상을 보인다. 그래도 상대방의 오인과 오해, 그리고 오독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자부한다. 오늘날 외교는 과거처럼 선물을 '주고받는(give-and-take)' 식이 아니다. 작년부터 거의 매달 열리는 미ㆍ중 회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프랑스 국빈 방문에서도 예년과 같은 몇 백 대의 에어버스 여객기 구매의 '선물 보따리'는 없었다.

상이한 가치와 이념을 고수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시대에서 외교의 주된 목적은 상황 관리다. 즉 긴장과 갈등 상황이 무력 충돌이나 전쟁으로 승화하는 것을 막는 게 목적이다. 공교롭게도 이런 의식을 시진핑이 처음 소개했다. 2011년 헨리 키신저 박사에게 그는 앞으로 미ㆍ중 관계에서 ‘관제(管控)’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후 미국이 이를 '책임 있게 (상황을) 관리'하는 식으로 수용했다.

따라서 이들이 갖는 대화의 장은 서로가 넘지 말아야 할 선(마지노선)을 확인하기 위해 열린다. 그리고 각자 채택한 전략과 조치의 연유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이를 기초로 같이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을 타진한다. 최근 미중관계에서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가령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ㆍ중 정상은 국방회담, 펜타닐회담, 인공지능(AI)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불상사, 최악의 마약 유통과 인공지능의 악용 가능한 상황을 공동 관리하고자 하는 일치된 의지의 결과였다.

그러나 동맹과 우방과의 외교는 신뢰와 믿음에 기초한다. 이의 기본은 법안이다. 우리의 가장 큰 취약점이다. 가령 작금의 라인사태에서도 드러났다. 우리가 중국 소재의 서버 이용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일본 경제안전보장추진법에 상응하는 법안이 없는 만큼 일본은 불안하다는 것이다.

오는 21일 서울에서 AI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회의 목적은 AI 규범의 발전이다. 참가국들은 각자의 법안에 기초해 자국에 유리한 규범 마련에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그런데 AI 관련 법안도 거의 없는 우리의 목소리는 작을 것이다. 경제안보 관련 법안 마련이 22대 국회의 사명이 돼야 하는 이유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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