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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망막병증·당뇨망막병증 등 실명 질환, 젊다고 방심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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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은 세계고혈압연맹이 지정한 ‘세계 고혈압의 날’이다. 서구화된 식습관, 불규칙한 일상과 운동 부족 등으로 고혈압·당뇨병 같은 생활습관병이 늘어나는 데다 발병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와 연관된 눈 질환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고혈압 환자는 700만 명으로 최근 5년간 16% 증가했으며, 당뇨병 환자는 370만 명으로 2018년 대비 22% 늘었다.
특히 젊은 환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대 고혈압 환자는 2018년 3만947명에서 2022년 4만300명으로 30%가량 증가했다. 20대 당뇨병 환자는 2018년 2만8,888명에서 2022년 4만2,657명으로 48% 증가했다.
고혈압·당뇨병 같은 대사 질환은 건강에 치명적인 질환의 위험 인자로 다양한 합병증도 동반한다. 특히 눈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고혈압망막병증과 당뇨망막병증 발병 인자이기도 하다.
망막은 우리 신체에서 시간당 혈류량이 많은 조직 중 하나로 고혈압을 오래 앓으면 망막도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몸은 심장에서 말초기관으로 혈액을 보내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데 이때 고혈압으로 전신 혈압이 상승하면 망막 속 모세혈관은 과도한 혈류가 눈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전체적으로 수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망막 혈관이 파괴되면서 혈관 내벽 손상,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높은 혈압이 유지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혈압망막병증의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데, 높은 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망막 속 동맥 혈관 벽이 두꺼워지는 경화성 변화가 생긴다.
이에 따라 망막 동맥이 좁아지고 국소적 경련이 생기며, 망막출혈, 망막부종, 신경섬유층의 국소적 허혈로 생기는 하얀 반점인 면화반, 액체 및 세포 성분이 나오는 삼출액, 그리고 시신경이 붓는 시신경유두부종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고혈압망막병증은 고혈압을 인지하고 관리하는 고령층보다 젊은 환자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쉽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발견하기 어렵고 특히 젊은 고혈압 환자들은 고혈압인 줄 모르는 상태에서 시력이 떨어져 병원을 찾았다가 고혈압망막병증이 진단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고혈압으로 진단받은 시점부터 1년에 한 번씩 안과에 방문해 주기적으로 검진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혈압이 정상 범위 내로 떨어지면 시력도 다시 좋아질 수 있어 식이 조절·운동 등 생활 습관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약물 치료로 혈압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 다만 만성 고혈압이라면 혈관 동맥경화성 변형으로 인해 망막모세혈관이 꽈리 모양으로 변화하거나 망막혈관폐쇄 등 합병증과 유리체 출혈이 발생하기도 해 혈압 조절만으로는 시력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고혈압망막병증이 고혈압 합병증으로 오는 질환이라면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의 합병증 중 하나로 망막 혈관에 손상을 일으켜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는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다.
당뇨병 병력이 15년 전후인 환자의 60~70%에서 나타나며 혈당이 높거나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발병률이 증가하는데, 최근 젊은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으로 인한 지속적인 고혈당은 눈 속 혈관에 영향을 주어 출혈을 일으키거나 혈액 속 성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게 한다.
해당 성분이 시세포가 밀집된 망막 중심부의 황반(黃斑)에 쌓이면 황반부종이 생기거나 망막에 손상을 주어 시력이 떨어진다.
미세혈관류, 망막출혈, 노란 지질 침착물인 경성 삼출물, 황반부종 등이 동반되면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라고 한다. 망막에 정상적인 혈액 공급이 장기간 이루어지지 않아 광범위한 허혈 상태가 된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신생 혈관이 생기게 되면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라고 일컫는다. 이때 생긴 신생 혈관은 매우 약하므로 신생 혈관으로 인한 출혈은 유리체 출혈, 망막 앞 출혈, 섬유화 증식, 견인 망막박리 등을 일으켜 실명할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 역시 별다른 자각 증상 없이 시력이 서서히 떨어지기에 모르고 지나가기 마련이지만 한 번 발생하면 혈당치가 정상으로 유지돼도 계속 악화하므로 예방·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증상으로는 시력 감소, 사물이 삐뚤어져 보이거나 왜곡돼 보이는 변시증, 부유물이 떠다니는 듯한 비문증(飛蚊症), 눈을 움직일 때 번쩍이는 빛이 보이는 광시증(光視症) 등이 있다.
증상을 느낄 정도가 되면 이미 병이 많이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기에 당뇨병이 있다면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안과를 찾아 검진받는 게 좋다.
당뇨망막병증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혈당 조절이다. 안과적 치료로는 질환 진행 정도에 따라 레이저·주사·수술적 치료 등이 있다.
초기에 혈관 내피 세포 성장인 자 항체를 눈에 주사해 황반부종을 치료하고,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 생성을 억제하거나 퇴행시키기 위해 혈관 내피 세포 성장 인자 항체 주사 및 레이저 치료인 범망막광응고술을 시행할 수 있다.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한 유리체 출혈량이 많거나 자연 흡수가 어려우면 유리체절제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박새미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전문의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고혈압·당뇨병 같은 성인병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갑작스러운 시력이 떨어져 병원을 찾았다가 망막 질환을 발견하는 환자가 많아졌다”며, “평소 식이 조절·체중 관리 등을 게을리하지 말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혈압·혈당 등을 확인해야 하며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반드시 정기적인 안과 검진으로 눈 상태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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